사회
코로나 직격탄 맞은 헬스장…"배달음식 전업 고민할 판"
입력 2020-12-24 14:10  | 수정 2020-12-31 14:36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셈이지만 가족들한테 미안해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헬스트레이너로 근무하는 20대 A 씨는 요즘 용접기능사 자격증을 따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감염이 확산됨에 따라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일하던 헬스장이 문을 닫아서다. 그는 "텅 빈 헬스장에서 운동기구를 닦는 게 일이라면 일"이라며 "체육대학을 나와 헬스트레이너만 하면서 살아왔는데 갑자기 아무것도 못 하는 백수가 됐다"라고 한다. 그는 "취직이라도 하고 싶은데 체대생이라 지금 시국에 마땅히 취업할 곳이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현재 예전에 받던 월급의 3분의 1 정도를 받고 있는데 사장님과의 의리로 많은 급여를 바라기도 힘든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밥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다른 헬스트레이너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A 씨는 "같은 곳에서 일하는 동료 형은 지금 배달 라이더를 한다"라며 "인터넷상에서 '헬스장 문 닫아서 배달로 갈아탄다 말은 정말 현실이다. 일하는 헬스장 관장은 배달 전문 음식점 준비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이어 "'홈 짐'(집에 헬스장 차린 것)이 있는 분들이나 관심 있는 분들 대상으로 집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진행할까도 했는데 그마저도 눈치가 보이더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거세지자 수도권은 지난달 24일 수도권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헬스장, 노래방 등은 9시 이후에 영업할 수 없었다. 지난 8일부터는 수도권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돼 헬스장이 집합금지 대상이 되면서 아예 문을 닫아야 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지난 8일 실내체육시설을 운영 중인 한 관장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짧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2, 3달 간격으로 계속 집합금지를 당한 상황"이라며 "트레이너 몇 분이 확진된 문제로 마치 전 국민이 헬스장에서 걸린 것처럼 방송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적었다. 이어 정부를 향해 "확진자들이 실내체육시설(헬스장)에서 확진된 비율과 (실내체육시설을)고위험군이라고 판단하는 근거와 자료를 요청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미 정지 당하는 게 억울해서라도 죽어라 방역하고 환기하고 누구보다 철저하게 하고 있다"라며 "운동할 때 마스크를 벗는 횟수는 밥 먹을 때 벗는 횟수의 반의반도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피트니스경영자협회와 헬스관장연합회는 지난 18일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다른 업종처럼 오후 9시까지라도 운영하게 해달라"라며 삭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실내체육시설 자영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유지를 위해 정부는 오후 9시까지만이라도 영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현주 매경닷컴 기자 hyunjoo226@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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