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례없는(U.N.E.X.A.M.P.L.E.D)` 올해 패션산업…내년엔 `긴급구조해야(R.E.S.C.U.E)`"
입력 2020-12-24 11:04  | 수정 2020-12-24 11:37
띠어리의 럭스라운지 캡슐컬렉션.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이어지면서 라운지웨어 카테고리가 크게 성장했다. [사진 제공 = 삼성물산]

"'전례없는(U.N.E.X.A.M.P.L..E.D)' 올해 패션산업, 내년엔 '구해야(R.E.S.C.U.E)'한다."
삼성패션연구소가 24일 2020년 올 한해를 정의하는 10가지 키워드와 2021년 패션 시장 전망을 발표했다.
2020년은 코로나19와 함께한 한 해였다. 삼성패션연구소가 꼽은 2020년 패션 산업 10대 이슈를 관통하는 주제도 코로나19였다. 연구소는 10대 이슈로 '전례없는(U.N.E.X.A.M.P.L.E.D)'을 꼽았다. 키워드만큼이나 패션산업엔 전례없는 한 해였다.

◆ 코로나19로 '전례없는(U.N.E.X.A.M.P.L.E.D)' 2020년

첫 번째 키워드는 '비대면사회(Untact Society)'다.
장기화된 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패션업이 어려웠는데, 전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패션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소비자들이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을 기피하면서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 올 상반기 패션업계 매출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비대면과 같은 원격을 키워드로 하는 산업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비대면에 이어 '슬기로운 집콕 생활(Nearby Home)'도 이어졌다.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고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맨투맨, 조거팬츠, 카디건 등이 인기를 끌며 라운지웨어 카테고리가 성장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상반신을 강조하는 키보드 드레싱, 웨이스트업 스타일 등 새로운 트렌드도 나타났다.
'소비축은 이커머스로 이동(E-Commerce Pivoting)'했다.
오프라인 매출은 줄어든 반면 온라인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온라인 패션 거래는 전체 패션 판매액의 30%에 달하는 등 패션 소비의 중심 축이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많은 패션 기업들이 온라인 채널에 집중하며 온라인 전용 브랜드 론칭도 이어졌다. 라이브 커머스 또한 패션업계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는 '기존 규칙을 무시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X-out The Rules)'했다.
계절 변화나 특별한 TPO에 맞춰 목적성 구매를 하던 패션 쇼핑의 주요 동인이 크게 줄었다. 집콕 생활과 유연화된 근무로 인해 남성정장, 출근복 마켓이 타격을 입었다. 계절에 구애받지 않는 시즌리스 아이템이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기반의 브랜드 론칭이 잦아져 관행처럼 이어지던 론칭 시기도 무색해졌다.
스포츠웨어도 일상화(Activitywear Everyday)됐다.
밀접 접촉을 기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한적한 곳에서 스포츠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늘어났다. 혼산, 차박이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아웃도어 브랜드가 재도약할 수 있었다. 레깅스. 맨투맨, 플리스 아우터 등이 인기를 끌었다.
'소비는 곧 투자(Money Game of Shopper)'라는 소비 개념 변화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불황으로 인해 향후에도 재산적 가치를 유지해 줄 '리세일'이 가능한 아이템의 수요가 늘었다. 가격 인상을 앞둔 럭셔리 브랜드 매장 앞에서 벌어진 '오픈런'이나, 스니커즈 리세일 플랫폼의 급부상이 눈에 띄었다.
'플랫폼 패권주의(Platform Hegemony)'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패션에서 온라인 채널의 영향력이 커지며 온라인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들은 쇼핑 생태계를 구축하며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기도 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서스테이너블 패션의 도약(Long-life Fashion)'도 나타났다.
올해 국내 패션기업들은 지속가능 패션을 주요 화두로 들고 나왔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지속가능기업 선포와 함께 캐주얼 브랜드 빈폴부터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비싸이클 라인을 출시했다. 코오롱FnC는 코오롱몰 내 지속가능성을 지향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위두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코로나로 인해 '런웨이의 종말(End of Runway)'도 나타났다.
각국의 봉쇄조치로 인해 가을겨울 시즌 패션위크는 파행됐다. 밀라노 컬렉션은 무관중으로 진행됐고, 런던 컬렉션은 디지털 스트리밍과 디지털 기반의 룩북으로 대체됐다.
'패션마켓은 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Direct to Gen Z)'된다.
비대면 소비의 가속화로 에이블리, 지그재그, 브랜디 등 온라인 기반 패션 스타트업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주로 10대와 20대 많이 쓰는 쇼핑 앱이다. 이들 앱은 특정 품목에 대한 전문성과 맞춤화를 기반으로 스토리와 콘텐츠를 앞세워 자연스러운 소통과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특징이 있다. 백화점 및 주요 패션기업들도 디지털 네이티브 Z세대를 잡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힘들었던 2020년…2021년은 '긴급구조(R.E.S.C.U.E)' 필요

코로나19로 힘든 2020년이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삼성패션연구소는 2021년 패션 시장의 '긴급 구조(R.E.S.C.U.E)' 가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삼성패션연구소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2021년은 무엇보다 '규모의 회복이 우선(Restoration, First)'돼야한다고 진단했다. 관례적으로 이뤄지던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한다는 것이다. 패션 시장 규모가 전체적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패션 소비 심리를 상승시켜 규모를 회복하는게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마켓 관점에선 '디지털 커머스가 폭발적으로 성장(Explosion od Digital Commerce)'할 것으로 예측했다. 도입단계의 라이브커머스가 일상적인 패션 유통 채널로 안착하며, 기술적 서비스 개발로 온라인 채널 성장이 더욱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경우 '소비의 기준은 나(Shopper Centric)'로 변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곧 자신을 드러내는 시대에 이르러 무엇을 소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며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해 소비의 규모를 줄이는 시대가 도래했다.
브랜드도 소비의 변화에 맞춰 전략과 방향성을 갖춰야 한다. '브랜드는 곧 컬쳐 코드(Culture Code as Brand)'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력은 인지도나 유명세가 아닌 콘텐츠와 이미지로 결정되고 있다. 브랜드가 소비자와 호흡하는 하나의 문화로서 접근할 때다.
패션 스타일은 다양성을 수용하고 있다. 디자이너가 이끄는 트렌드에 좌지우지되기 보단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스타일에 대한 애호가 중요하다. '개성을 담은 에센셜 스타일(Unique, But Essential)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패션산업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지속가능성의 가속화와 맞물려 지금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기업 경영에도 뉴노멀 바람을 타고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측면을 기업 비즈니스 모델의 중심에 두는 '지속가능 경영 전략(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이야말로 패션 기업의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위드(With) 코로나 시대, 소비심리 침체와 해션업의 불황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긴급한 구조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규모의 회복과 함께 완벽한 체질개선을 이뤄야할 때, 'R.E.S.C.U.E(긴급 구조)'를 2021 키워드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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