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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결산-키워드④] 나훈아
입력 2020-12-24 07:00 
`가황` 나훈아는 올해 15년 만에 TV에 출연, 묵직한 이름만큼이나 뜨거운 존재감을 보여줬다. 제공|예아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2020년 연예계는 언택트(비대면) 시대였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 여파로 가요, 영화, 방송, 공연계 전반은 꽁꽁 얼어붙었다. 하지만 혹독한 보릿고개 속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사건들로 연일 뜨거웠다. 2020년의 끝자락에서, 올 한해 연예계를 장식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스타투데이 기자들이 키워드로 정리해봤다.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향해 세상에 대해 던지는 이 질문은 2020년, 관용어구가 됐다. '가황' 나훈아(73)를 통해서다.
나훈아는 2020년 가을, KBS가 추석 특집으로 마련한 '대한민국 어게인-나훈아'를 통해 무려 15년 만에 TV에 출연, 코로나19 장기화 국면에 지친 안방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 공연에서 나훈아는 명자, 홍시, 사랑, 무시로, 울긴 왜 울어,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사모, 정이 웬수야, 18살 순이, 갈무리, 비나리, 잡초, 공, 청춘을 돌려다오, 남자의 인생 등 주옥같은 히트곡 무대를 통해 명불허전 가황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나훈아 추석 공연은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29%라는 무시무시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나훈아의 압도적 존재감을 실감하게 했다.
◆'가황'의 압도적 존재감, 그가 입 열자 벌어진 일은…
신비주의에 이은 잠적설, 뇌경색설 등 각종 루머와 오해를 일거에 불식시킨, 여전히 건재한 가황 나훈아의 무대였다. 특유의 카리스마는 물론, 완벽한 강약 조절과 노래에 대한 혼신이 돋보인 나훈아의 무대는 그 자체로 후배 가수들에게는 '공연의 정석'과도 같은 무대로 오랫동안 회자됐다.

작곡에 작사까지 '싱어송라이터 나훈아'의 재능을 새삼 일깨워줬고, 한복에서 찢어진 청바지까지 패션 스타일링까지 완벽했다.
묵직했던 공연만큼이나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였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음악과 무대로 위로한 그는, 공연 내내 필터링이 필요 없는 거침없는 발언으로 무수한 온택트 관객들을 응원했다.
특히 무대 말미에는 우리는 힘들다. 많이 지쳐 있다. 역사책을 보든,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 없다. 바로 여러분들이 나라를 지켰다. 유관순,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모두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 IMF 때도 나라를 위해서 집에 있는 금붙이 다 꺼내 팔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 1등 국민이다. 긍지를 가져도 된다. 분명히 코로나 이겨낼 수 있다”고 국민들을 위로했다.
이는 많은 이들을 위로한 발언이었으나 해당 발언을 두고 일부 정치인들은 제각각의 해석을 남기며 자신의 정략적 주장을 펼쳐 공방을 낳기도 했다.
추석 연휴를 휩쓴 `대한민국 어게인-나훈아`에서 나훈아는 팔색조라는 표현으로 부족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데뷔 55년차 `현재진행형` 레전드의 진면모를 선보였다. 제공|KBS
◆ '테스형'은 말이 없지만…나훈아 '테스형'이 건넨 위로
숱한 '말'을 남긴 '대한민국 어게인-나훈아'의 잔상 역시 또렷했다. 이 공연 이후 '테스형!'이 화제가 되면서 온라인에선 가사에 대한 해석이 수없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를 이용한 각종 밈(meme)이 유행하기도 했다.
지난 8월 발매된 '테스형!'의 1절 가사는 코로나19로 유례 없이 혼란스럽고 혐오의 시대로 대변되는 2020년 대한민국 현실에 대한 철학적 관조를 담고 있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나훈아 '테스형!' 가사 中)
종심(從心, 마음대로 한다는 뜻으로 70세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을 훌쩍 넘긴 일흔 셋 '마초'같은 형의, 54년째 맹렬히 활동 중인 '레전드' 뮤지션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빛난 2020년이었지만 애석하게도 그 또한 공연계에 비처럼 쏟아져내린 코로나19의 화살은 피하지 못했다. 올 연말 서울, 부산, 대구에서 '테스형의 징글벨 콘서트' 타이틀의 연말 공연을 준비했으나 12월 들어 코로나19 3차 유행이 시작되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됨에 따라 결국 무산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왜 이런지 여전히 답을 찾을 수 없는 이 혼란의 시기, 어쩌면 '테스형!' 나훈아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 빛나고 있다.
psyon@mk.co.kr
사진제공|예아라, '대한민국 어게인-나훈아' 공연 캡처[ⓒ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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