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로나 백신접종 2월 1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입력 2020-12-23 11:54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연일 바이러스감염 확진자 기록을 갈아치우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23일 현재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는 약 7736만명, 사망자는 약 170만명으로 각각 하루새 54만명, 9384명이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2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092명 늘어 누적 5만2550명에 달한다. 이처럼 폭주하고 있는 코로나의 기세를 꺾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백신이다. 각국은 현재 백신확보를 위해 '전쟁'을 방불케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백신 포비아(corona vaccine phobia)'를 없애기 위해 대통령 등 유명인사들이 백신접종을 자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건강학회(이사장 윤영호 서울대의대 교수)는 "정부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백신을 확보해 내년 2월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해야 한다"고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음은 한국건강학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코로나 백신 접종은 2월 1일에 시작되어야 합니다.
K방역은 백신 접종까지의 한시적 효과를 발휘했지만 백신 개발이후에 대한 새로운 전략적 준비는 부족했습니다. 문재인대통령도 정세균총리도 백신 도입을 서두르겠다고 했습니다. 여당과 야당들도 신속한 도입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백신 개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우리 국민들도 선진 경쟁국들과 같은 날짜에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정부만이 아니라 전문가, 기업들도 자성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2021년 2월 1일에 백신 접종을 시작해 6월까지 전국민 접종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하고 전권을 가진 책임자를 정해야 합니다. 예측 가능한 목표는 국민들에게 불안을 줄이고 고통을 감수할 수 있는 희망을줄 수 있습니다. 외부의 적인 코로나와의 전쟁에 여야를 막론하고 모든 국민이 일치단결할 기회입니다. 각 부처의 협상·전략가(기재부, 국방부, 외교부, 행안부, 산업자원통산부, 복지부, 식약처, 질병관리청, 국정원), 최고의 공공과 민간의 전문가, 최고의 기업을 총동원해서 역량을 집중해 신속한 백신 접종 시작과 마무리만이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습니다. 최고의 전문가들과 최고의 기업인들에게 맡기고 정부는 적극 행정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럴 역량과 시스템을 충분히 갖고 있으며 국민들은 그럴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2주내 긴급 승인할 수 있도록 백신에 대한 자료를 우리가 먼저 요청하고 해당 백신 유통망을 갖추어야 합니다. 유럽의약품청(EMA)나 세계보건기구(WHO)가 승인후 하겠다든지, 더이상의 시간 요구는 직무유기이자 무능입니다.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화이자 기업(가나다 순) 백신중 구매 가능한 백신이 먼저 승인되면 즉시 접종을 시작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다른 백신들도 구매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내 관련 기업들로 하여금 우리 국민을 위해 위탁생산할 수 있는 방안도 반드시 모색해야 합니다. 다행히 초저온 물류센터들이 정부와 소통하며 백신 종류에 따라 보관 가능한 유통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직 부작용과 효과에 대한 신중론이 있지만 신속한 개발에 따른 불확실성은 불가항력적입니다. 지금은 위기상황에 맞는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입니다. 다른 나라의 접종 상황을 지켜보면서 미루겠다는 것은 위기의식이 부족하거나 결정력 부족, 혹은 무책임을 의미한다고 봐야 합니다.
백신도 약입니다. 모든 약에는 효과와 부작용이 있습니다. 효과와 부작용이 수용가능한 수준일때 선택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최선이 아니면 시기적절하게 현실적인 차선을 선택해야 합니다. 시기를 놓치면 희생이 너무 커집니다. 결정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코로나와의 전쟁중인 우리는 무방비상태보다는 차선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선택가능한 백신이라도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입니다. 현실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을 접종하고 화이자 백신이나 모더나 백신 등의 접종을 순차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지금 가격 요인에 대한 고려는 배제해야 합니다. 독감처럼 백신 접종이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변종 발생 가능성과 효과 지속성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합니다.
코로나와의 전쟁은 장기전입니다. 모든 국민이 여러 차례 백신을 접종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보다 몇 배의 백신을 장기적으로 확보해야 합니다. 국가기관과 전문가들의 정밀한 정보 수집과 판단이 매우 중요하며 여러 백신의 추가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결정에 따른 예산 낭비에 대한 공무원 징계는 면제될 수밖에 없습니다. 불용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국민 생명이 걸린 문제입니다. 다양한 백신을 순차적으로 도입하면 비용도 상쇄될 것입니다. 어떤 백신이든 비용 대비 경제적 효과는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신속한 시작도 선택이고, 아무 것도 안하고 지켜보는 것도 '선택'입니다. 그러나 후자의 선택은 책임회피가 됩니다.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빠른 백신 접종과 지연에 따른 국민 생명, 국민적 불안감, 경제 영향에 대한 이득과 손실을 평가해 공개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합니다. 미국과 영국도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인데도 국민 생명을 위해서 비싼 가격의 백신 접종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그들은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수시로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백신 개발, 그리고 생산라인과 콜드체인 운송 구축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왔습니다. 지금 그들이 그러한 선택을 한 것은 위험은 감수할만하고 이득이 훨씬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그 국가들이 통제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비용과 위험을 감수했을 것이라 말합니다. 우리는 국민들의 자유와 소상공인들을 희생시키고 방역, 역학조사, 의료의 담당 인력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통제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안일한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정책을 결정하면서 준비해 온 것이며 우리는 이제 정책결정의 시험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득과 손실에 대한 정보, 활용 가능한 자원 그리고 사회적 가치에 의한 합의과정인, 근거중심의 정책결정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지금부터 정부, 기업, 전문가, 시민사회가 참여한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정확한 정보와 투명한 논의, 정보 공개를 통해 최종 결정은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합니다. 지나간 과거의 결정에 집착하거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현재 가능한 선택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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