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中기술주 투자 괜찮은가요?" 애플카 출시·알리바바 소환 소식에 울상
입력 2020-12-23 11:47  | 수정 2020-12-25 12:36

글로벌 증시에서 승승장구해온 중국 기술주가 악재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특유의 문책성 규제 리스크가 또 다시 불거진 한편 미국 조 바이든 차기 정부 참모진이 중국과 유럽연합(EU) 간 투자협정 협상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내년 미·중 외교 갈등 리스크가 예고됐다. 그간 중국 전기차와 IT대기업 개별 종목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해온 한국 투자자들로서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중국 기술주가 줄줄이 하락세를 그었다. 이날 증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중국 기술주는 차이나리스크가 불거진 탓에 고전했다. '중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알리바바(BABA)가 하루 새 1.77%떨어졌고, 또 다른 대형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인 핀둬둬(PDD)도 5.34% 급락했다. '중국판 테슬라'를 꿈꾸는 전기차 니오(NIO, -2.80%)와 샤오펑(XPEV, -4.09%), 리오토(LI, 4.78%)도 줄줄이 떨어졌다.
알리바바 등 중국 IT공룡의 경우 같은 날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알리바바를 비롯해 텐센트·메이퇀·징둥닷컴·핀둬둬·디디추싱 등 총 6개 기술 대기업을 소환해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를 보다 면밀히 주시할 것"이라는 경고를 했다고 밝히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다팔았다. 다만 중국 당국이 반독점 외에 금융 규제 칼날을 내민 알리바바와 달리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등 협력모드로 나선 징둥닷컴은 뉴욕증시에서 오히려 2.67% 올라 눈길을 끌었다. 앞서 14일 SAMR은 알리바바그룹 산하 알리바바 인베스트먼트와 텐센트홀딩스 산하 웨원이 다른 회사를 인수하면서 당국 승인을 받지 않아 반(反)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각각 벌금 50만 위안(약 8300만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만 IT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페이스북 등을 겨냥한 미국과 EU도 반독점 규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중국은 지난달 10일 처음으로 인터넷 기업 독점 횡포를 막기 위한 반독점 가이드라인을 공표했는데 겉으로는 소비자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차원이지만 '눈 밖'에 난 알리바바 등을 제치고 다른 경쟁사를 키우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장 추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달 초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금융 기술)기업인 앤트그룹의 홍콩·상하이 증시 상장이 당국에 의해 무기한 중단된 반면 징둥닷컴은 오히려 질주하는 분위기다. 이달 5일 징둥닷컴은 징둥 디지트를 통해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 위안화 결제 시범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미 대기업 대부분이 국영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사정이 다르다. 중국은 국가 기간산업인 통신·항공·에너지 등 부분을 대형 국영기업이 좌우하고 있다. 사실상 독점 상태인 국영기업을 두고 이제와서 '반독점'을 강조하는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빅데이터를 보유한 중국 IT대기업을 정면 겨냥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풀이했다.

반독점 가이드라인도 앤트그룹 상장 무기한 중단 발표에 이어 나왔다.
WSJ은 지난 20일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앤트그룹 상장 이전인 지난 11월 2일 금융당국과 따로 만난 자리에서 국가가 원한다면 플랫폼 사업을 국가가 가질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피터슨 국제경제정책연구소(PIIE)의 마틴 코젬파 중국 담당 연구원은 "중국은 이미 앤트가 구축한 일부 금융 인프라(은행간 결제 시스템 넷츠유니온 등) 일부를 국유화했고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제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알리바바 등 IT공룡이 중국 특유의 정치리스크를 마주한 한편에서 뉴욕증시 상장 '중국 전기차 3형제'는 애플의 도전을 마주하면서 주가가 빠르게 떨어졌다. 애플이 이르면 오는 2024년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것이며 관련해 전기차에 들어갈 저비용·고효율 LFP(리튬·철·인산염) 배터리 기술을 개발 중이라는 구체적인 소식이 21일 나온 여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애플 아이폰11의 중국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4.9%로 1위이고 2~5위는 '애국 소비'에 기댄 화웨이 5G 모델일 정도로 중국 내 아이폰 인기가 높다. 애플이 전기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면 중국 시장 판매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예상이 미국 테슬라 뿐 아니라 중국 전기차 3형제 주가에도 영향을 줬다.
한편 내년 1월 20일 바이든 차기 정부가 출범하면 미·중 갈등이 또다시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외교 책사인 제이크 설리번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는 22일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유럽 동맹국과 중국의 경제 관행 문제에 대해 이른 시기에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앞서 21일 저녁 EU와 중국이 올해 연말까지 '포괄적 투자 협정' 합의를 마무리 할 것이라는 소식이 나온 데 대해 각을 세운 발언으로 중국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탄압 등을 문제 삼는 것이다.
중국은 인구 4억5000만명 시장을 가진 EU에 접근하기 위해 지난 해 이탈리아와 '일대일로(一帶一路·시 주석의 중국중심 경제협력벨트 확장 전략) 양해각서'를 맺는 식으로 6년 간 유럽에 공들여왔지만 미국과 EU는 중국의 노동 관행을 문제삼아왔다. 중국이 국제 노동기구(ILO) 협약에 맞춰 강제노동 금지와 노동자 단체교섭권 등 4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측은 미·중 갈등을 의식해 대만계 미국인인 캐서린 타이 변호사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지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타이 변호사는 연방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민주당 측 수석 고문역을 담당하는 인물로 올해 7월 1일 발표된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준비에 깊숙히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해당 협정은 낮은 인건비를 통해 저가 제품을 생산하는 멕시코에 대해 노동개혁 감독 강화 등 노동자 보호 조건을 요구하는 한편 자동차 면세 혜택을 받으려면 미국 자동차 산업 표준을 따라야 한다는 규칙을 압박해 합의를 끌어낸 바 있어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노동·인권·환경 차원에서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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