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독 인터뷰] 문준용, 코로나 지원금 논란에 "좋은 작품이 국민 세금 보답하는 길"
입력 2020-12-22 20:53  | 수정 2020-12-29 21:06

미디어아트 작가 문준용(38)의 전시는 '정치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버지인 문재인 대통령의 후광이 개입했는지부터 따져대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중구 금산갤러리에서 8년만에 연 개인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극우 유튜버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 격상과 전시 기간을 연관짓는 음모론을 제기한데 이어 서울문화재단의 코로나19 피해 긴급 예술지원금 1400만원을 받은 것을 두고 특혜 시비가 일어났다.
'작품'보다는 '아버지'에 초점이 맞춰진 작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심정일까. 문준용 작가는 22일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억울하기 보다는 작가 활동이 가려져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정치인을 공격하기 위해서 자녀들을 끌어다 이용하는 것은 부당해요. 우리나라 정치 행태가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반박해야 합니다. 특히 (페이스북을 통해) '실력도 없는데 아버지 배경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부분 위주로 반박하고 있어요.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계에서는 창의성과 재미를 겸비한 그의 작품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그림자 놀이 작품을 체험해본 관람객들도 호평 일색이다. 몇 해전 그의 작품을 전시한 미술관 관계자는 "당시 여러 큐레이터들에게 추천을 받아 선정했다"며 "기술력과 서사, 관객 소통 등 미디어 아트 작가로서 역량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금호미술관 등에서 독창적인 미디어 아트 작품을 전시해왔으나 부친의 청와대 입성 후 세간의 시선이 몰려 전시가 뜸해졌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최근 페이스북에 예술지원금 특혜 논란과 관련해 "(서울시가)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을 고른 것"이라고 썼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나.
▷내 주머니로 들어가는 돈이 아니다. 지원금은 별도 통장에 넣어 작가가 함부로 손대지 못하게 하고, 영수증 검사도 철저히 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면 그게 다 국민 세금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림자놀이 연작은 2011년 뉴욕 현대미술관 그룹전 등 외국에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전시를 잘 해야 자랑스러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원금을 받아서 좋은 데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예술가의 경제적 여유는 별로 없지만, 대통령 아들이라서 예술지원금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부모로부터 금전적 지원을 받은 적은 없나.
▷11년째 부모님의 금전적 지원 없이 살고 있다. 잘 버텨와서 지금에 이르러 자랑스럽다. 예술가라도 수익이 안 나면 빨리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른 도움으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올해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지원금 3000만원을 받은 것에도 비판이 있다.
▷실제 작품 제작비가 지원금보다 더 많이 들어갔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1년 넘게 걸렸는데 욕심이 나니까 작품 제작에 돈을 많이 쓰고 내 인건비는 못 챙겼다. 3D센서와 프로젝트 등 장비비용과 영상 소프트웨어 제작비가 많이 들었다. 특히 영상제작 외부 전문가들에게 드리는 비용이 컸다.
-부친 배경이 오히려 작가 활동에 걸림돌이 될 것도 같다.
▷코로나19 지원금도 심사위원들이 특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시끄러워지는게 두려워 몸조심하는 사람도 있다.
-극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지연이 문준용의 전시 기간 때문"이라는 주장을 들었을 때 심정은.
▷너무 황당했다. 유튜버들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은 너무 많아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금산갤러리는 부친의 부산 남항초등학교 동창인 황달성 대표가 운영하는 화랑이다. 그래서 부친 배경으로 연 전시라는 편견도 있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전속 화랑은 아니다. 그렇다고 금산갤러리가 친분이 있다고 아무나 전시해주는 곳이 아니다. 금산갤러리가 주최하는 아트페어에 나가면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다(관련해서 황 대표는 "내 주변 대부분이 보수쪽 사람이다. 문준용과 김창겸, 한승구 등 장래가 촉망되는 미디어아트 작가 전시를 꾸준히 해왔을 뿐이다"고 일축했다).
-전시를 안 보고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할 말은.
▷내 작품을 보고 같이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겠다. 작품을 보지도 않고 실력을 운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동안 내 전시 이력이 작가로서 실력을 말해주며 개인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며칠 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 같다.
▷자주 있는 일이라서 마음 고생이 심하기보다는 똑바로 대응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이고 있다. 최대한 감정을 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야기하려고 노력중이다.
-다음 전시 계획은.
▷노이즈(잡음)가 있는 와중에도 1년에 몇 번씩 전시를 해왔는데, 코로나19로 내년 계획은 아직 없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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