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설민석 침묵 속 `벌거벗은 세계사` 사과…26일 정상 방송[종합]
입력 2020-12-22 10:38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신영은 기자]
고고학자 곽민수에게 "구라풀기"라며 공개 저격을 당한 tvN 예능프로그램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측이 결국 사과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의 논란에도 스타 강사 설민석은 '침묵'을 택했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전 세계 곳곳을 온택트로 둘러보며 각 나라의 명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역사를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12일 히틀러 편을 시작으로 해 19일 클레오파트라 편까지 2편을 방송했으며, 각각 5.2%(1회), 5.9%(2회)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방송 2회만에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암초를 만났다. 클레오파트라편의 자문을 맡았던 고고학자 곽민수 한국이집트학 연구소장이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방송에 드러난 오류를 지적하며 사실관계가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언급하기가 힘들 지경”이라고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
곽 소장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알렉산드로스가 세웠다는 말이나 프톨레마이오스-클레오파트라 같은 이름이 무슨 성이나 칭호라며 ‘단군이라는 칭호와 비교한다든가 하는 것들은 정말 황당한 수준”이라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를 이집트에서 로마로 돌아가 말했다고 한 것 정도는 그냥 애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곽 소장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2세 때 세워졌다는 것이 정설이며,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는 파르나케스 2세가 이끌던 폰토스 왕국군을 젤라 전투에서 제압한 뒤 로마로 귀국해 거행한 개선식에서 한 말”이라며 "그 이외에도 틀린 내용은 정말 많지만, 많은 숫자만큼 일이 많아질 텐데 그렇게 일을 할 필욘 없을 것 같아서 생략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곽 소장은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설민석이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그 문제의식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고 저격했다.
아울러 역사적 사실과 풍문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역사 이야기를 할 때 관심을 끌기에 분명히 좋은 전략이지만, 하고자 하는 것이 그냥 ‘구라 풀기가 아니라 ‘역사 이야기라면 사실과 풍문을 분명하게 구분해 언급해줘야 한다”며 "게다가 이건 언급되는 사실관계 자체가 수시로 틀렸다”고 비판했다.
곽 소장의 문제 제기에 대해 설민석 측은 21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뒤 그 이상의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비판 여론이 세지자 tvN은 이날 밤 입장을 내고 "먼저 방대한 고대사의 자료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일부 오류가 있었던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은 방대한 이야기의 세계사를 다루다 보니 한 편 당 평균 총 4~5시간 녹화를 하고 있다. 방송시간 85분에 맞춰 시청자분들께 몰입도 있는 이야기를 선사하기 위해 압축 편집하다 보니 긴 역사 강연의 내용을 모두 담기 어려워 역사적인 부분은 큰 맥락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생략된 부분이 있었지만 제작진은 맥락상 개연성에 큰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여 결과물을 송출했다. 이에 불편하셨을 모든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자문단을 더 늘리고 다양한 분야의 자문위원님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 또한, 향후 VOD 등에서는 일부 자막과 CG 등을 보강하여 이해에 혼선이 없도록 할 예정이다"라며 "앞으로 더욱 세심한 자료 수집과 편집 과정 등을 통해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더욱 주의하겠다. 프로그램을 사랑해주시는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제작진의 사과에도 설민석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스타 강사인 설민석의 이름을 프로그램 타이틀로 내걸었지만, 설민석은 제작진의 사과 뒤로 숨어 논란을 피해가려는 모양새다. 그의 이름값을 믿고 프로그램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책임감 없는 설민석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곽 소장의 주장 대로라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지만 그 내용이 잘 반영되지 않았다. 예능프로그램이라지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콘텐츠는 보다 깊은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사건이다.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심어주지 않도록 제작진의 더욱 철저한 검증 노력이 필요하다.
논란 속에서도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3회는 오는 26일 정상 방송될 예정이다. 3회에서는 '난징대학살'에 대해 다룬다. 과연 논란 속 전파를 탈 첫 회차는 역사적 오류 없이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설민석은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께부터 온라인에서 한국사 강의를 해와 인터넷 강의 1세대로 불린다. MBC '무한도전', '선을 넘는 녀석들 리턴즈' 등에서 쉽고 재밌는 역사 강의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곽 소장은 한양대에서 문화인류학을 전공하고, 영국 옥스퍼드대와 더럼대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했다.
shinye@mk.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