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T공룡 잇단 `반도체 독립`에 美증시 초긴장
입력 2020-12-21 17:39  | 수정 2020-12-21 20:23
올해 '인수·합병(M&A) 지각변동'이 일었던 반도체 시장에서 연말 대규모 수요 이탈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뉴욕 증시에서는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반도체 강자' 인텔과 결별하면서 인텔 주가가 급락했고 엔비디아 입지도 불안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시장은 반도체 설계·개발 위주여서 생산 대행(파운드리) 위주인 한국·대만 시장과 성격이 다르지만 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IT 공룡 기업들의 자체 반도체 개발 바람에 힘입어 실적 강세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뿐 아니라 엔비디아도 IT 공룡 기업들 수요 이탈로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18일 MS가 인텔에 등을 돌리고 자사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직접 개발한다는 소식이 뉴욕 증시에 전해지면서 인텔 주가가 하루 새 6.30% 급락하면서 딸려 나온 평가다.
이번 MS가 인텔에서 이탈한 것과 관련해 제임스 왕 아크인베스트 연구원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텔은 고객사보다 큰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고객사들이 자본·전문 지식 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기존 반도체 업체들을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ARM은 반도체 설계를 이용료만 내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과 아마존 등이 기술 독립을 선언할 만한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이 인텔·퀄컴에서 독립한다고 선언한 시점을 전후해 아마존과 MS가 줄줄이 반도체 자체 개발에 들어간 것은 그간 꾸준히 나온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사물인터넷(IoT·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과 비대면 서비스, 데이터 클라우드·인공지능(AI)·자율주행자동차 부문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기존 반도체 시장에서 IT 공룡 수요 이탈이 두드러졌다.
이달 10일에는 조니 스루지 애플 하드웨어 기술 부문 수석부사장이 타운홀미팅에서 "올해 애플은 퀄컴을 대체하기 위해 자체 모뎀칩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혔는데 이 소식이 뉴욕 증시에 전해지면서 하루 새 퀄컴 주가가 7% 이상 떨어지기도 했다. 엔비디아도 고객 이탈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달 아마존은 AI 비서 서비스인 '알렉사' 컴퓨팅 일부를 자체 맞춤 설계 칩으로 바꿨다. 아마존은 엔비디아 칩을 사서 쓰고 있지만 기술 독립을 추진 중이다. 2018년 자체 개발한 CPU 그래비톤을 내놓기도 했다. 페이스북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뉴욕 증시 반도체 부문에 비관론만 드리운 것은 아니다. 앞서 15일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순풍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뉴욕 증시 상장 반도체 기업 '어드밴스트마이크로디바이시스(AMD)·아날로그디바이스·ON반도체'를 대표적인 강세 예상 종목으로 꼽았다. 다만 전통적인 수요보다는 AI와 차세대 네트워크(5G)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 분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 증시와 관련해 21일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과 MS 등 자체 개발 움직임은 기존 반도체 강자 인텔과 AMD에 부정적인 반면 삼성전자와 TSMC에는 결과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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