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美 `공중권` 거래로 맨해튼 심장부 스카이라인 개조
입력 2020-12-21 17:34  | 수정 2020-12-21 19:19
올 9월 뉴욕 맨해튼에 새로 들어선 461m 빌딩 `원밴더빌트`. 바로 옆 그랜드센트럴의 공중권(Air Right)을 사들였다. [사진 제공 = SL그린]
◆ REbuild 서울 ⑤ ◆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맨해튼 그랜드센트럴역 인근에 새로 들어선 오피스 빌딩인 '원밴더빌트'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원월드트레이드센터(541m)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461m·67층)로 높은 건물이다. 아직 입주 초기지만 칼라일그룹 등 유수 기업이 들어와 건물 임대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한때 이 빌딩에 5억달러(약 59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건물이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맨해튼 심장부에 들어섰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처럼 높게 올릴 수 있도록 만든 '제도'를 봐야 한다. 원밴더빌트는 '용적률 거래제'를 통해 뉴욕에 새로운 공간을 창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건물 바로 옆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의 공중권(Air Right)을 사들인 것이다. 1871년 건설된 이래 아름다운 보자르 양식의 외관과 화려한 내부 장식으로 최고의 문화유산이 된 1층 건축물 그랜드센트럴스테이션을 보존하면서도 뉴욕 심장부 요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새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있다.
공중권이란 도시 내 공지를 포함한 기존 건축물, 도로 등 현존 구조물의 상부 공간에 대한 개발권리를 뜻한다.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은 1층 건물이 넓은 땅을 차지하기 때문에 개발 가용 공중권이 엄청나다. 미국에서는 1970년 공중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허용한 개발권양도제도(TDR)를 도입한 뒤 공중권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역사 보존과 고밀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원밴더빌트 빌딩 외에도 뉴욕현대미술관 공중권을 매입한 '53W53 빌딩',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파트로 주변 건물의 공중권을 사들인 '432 파크애비뉴 빌딩' 등 TDR 성공 사례는 많다.
다시 말해 TDR는 단순히 개발을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도심에서 역사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빌딩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저층의 문화유산 소유자가 공중권을 타인에게 양도하는 식으로 기존 건축물의 재개발 없이 개발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공중권 거래는 저층 건축물 소유자에게도 이득이다. 그랜드센트럴스테이션을 운영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만성 경영난에 허덕였는데 원밴더빌트에 공중권을 매각함으로써 이를 일부 개선했다.

일본 또한 '특례용적률적용 지구제도'를 통해 도쿄역사를 보존하면서도 인근 지역에 용적률을 나눠주는 데 성공했다. 도쿄역사를 보존하기 위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마루노우치 지구 내 6개 블록에 용적률을 매각한 것이다. 일본의 기존 용적률 거래제는 적용 대상지가 상업지역에 한정됐지만 2004년 특례용적률적용 지구제도를 도입하면서 주거지역과 공업전용지역을 제외한 지역에도 적용할 길이 열렸다.
이는 도시재생 사업에도 활용됐다. 도쿄의 야에스 역전광장 재생사업에서는 '도심지구'인 점을 활용해 할증 용적률의 최대인 300%를 적용받았고, 특례용적률 적용으로 도쿄역사 용적률을 이전받아 용적률 900%에서 1604.2%까지 늘어났다. 대신 개발자는 쌍둥이 빌딩을 연결하는 도보데크와 공원 등을 통해 공공 공간을 충분히 확보했고, 빌딩에 정부 육성산업을 유치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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