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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레터] 뉴욕증시 반도체株 폭풍전야…MS도 인텔 버리자 엔비디아 긴장
입력 2020-12-21 15:30 
올해 한 차례 '인수 합병(M&A) 지각변동'이 일었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연말 대규모 수요 이탈이 두드러지는 분위기입니다.
뉴욕증시에서는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 등 대형 정보기술(IT)기업이 '반도체 강자' 인텔과 결별하면서 인텔 주가가 급락했고 엔비디아도 불안한 입장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미국 시장은 반도체 설계·개발 위주여서 생산 대행(파운드리) 위주인 한국·대만 시장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TSMC는 IT공룡 기업들의 자체 반도체 개발 바람에 힘입어 실적 강세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나오는 모양입니다.
지난 6월 네덜란드 ASML 공장을 찾아 반도체 관련 EUV(극자외선) 장비를 들여다 보는 이재용 삼정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 뿐 아니라 엔비디아도 IT공룡 기업들 수요 이탈로 위기를 맞았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앞서 18일 MS가 인텔에 등 돌리고 자사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서버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를 직접 개발한다는 소식이 뉴욕증시에 전해지면서 인텔 주가가 하루 새 6.30% 급락하면서 딸려나온 평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아마존과 M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63%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45%로 1위이고 MS(17.9%)가 2위라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주가가 급등하면서 한국 투자자들도 엔비디아·어드밴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AMD)·인텔 등 반도체 주식을 집중 매수해 이들 기업에 대한 주가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번 MS의 인텔 이탈과 관련해 아크 인베스트의 제임스 왕 연구원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텔은 고객사보다 더 큰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고객사들이 자본·전문지식 등 측면에서 우위에 놓이게 되면서 인텔 등 기존 반도체 업체들을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특히 ARM은 반도체 설계를 이용료만 내면 쓸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과 아마존 등이 기술 독립을 선언할 만한 기반이 마련된 셈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반도체 업체로는 시장 점유율이 90%를 넘는 '서버용 CPU 1위' 인텔 외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 강자' 엔비디아와 'CPU 설계 강자' AMD, '모바일 어플리케이션(AP) 강자' 퀄컴 등이 꼽힙니다.
[그래픽 제공 =아마존]
다만 애플의 인텔·퀄컴 독립 선언을 전후해 아마존과 MS가 줄줄이 반도체 자체 개발에 들어간 것은 그간 꾸준히 나온 소식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른바 사물인터넷(IoT·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과 비대면 서비스, 데이터 클라우드·인공지능(AI)·자율주행자동차 부문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고성능 특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결과 최근 IT 공룡 이탈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달 10일에는 애플의 조니 스루지 하드웨어 기술 부문 수석 부사장이 직원들과 비공개 화상 타운홀미팅(자유토론 행사)에서 "올해 애플은 퀄컴을 대체하기 위해 자체 모뎀칩 개발에 들어갔다"고 밝혔는데 이 소식이 뉴욕증시에 전해지면서 하루 새 퀄컴 주가가 7%이상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애플이 인텔·퀄컴 기술 독립을 선언한 것은 지난해였지만 투자 심리가 한번 더 흔들린 결과였죠. 모뎀칩은 음성·데이터가 무선으로 전달되는데 필요한 핵심 반도체여서 자율주행자동차에도 쓰입니다.
한편 '무어의 법칙' 종말과 '황의 법칙' 시작을 선언한 엔비디아도 고객 이탈 가능성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난달 아마존은 AI 비서 서비스 '알렉사' 컴퓨팅 일부를 자체 맞춤 설계 칩으로 전환했는데요. 아마존은 엔비디아로부터 칩을 사서 쓰고 있지만 현재는 '고성능 저비용' 칩 개발을 통한 기술 독립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2016년에는 ARM 칩 제조사인 이스라엘 안나푸르나랩스를 인수한 후 2018년 자체 개발 CPU 그래비톤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구글도 데이터 네트워트 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위한 반도체 칩을 자체 개발 중이고 페이스북도 이를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잠깐, 무어의 법칙은 인텔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의 이름을 딴 것으로 지난 1965년 등장했습니다.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경험칙이라고 하는데요. 다만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무어의 법칙은 제조업 혁신 속도에 맞춘 것이기 때문에 AI 시대에 맞지 않다"면서 "이제는 '황의 법칙'을 따라야할 때"라고 선언한 바 있다. 황의 법칙은 엔비디아를 공동 창업한 대만계 젠슨 황의 이름을 땄는데 AI를 작동시키는 실리콘칩이 2년마다 2배 이상 성능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고 합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인텔·마이크로소프트·ON반도체·엔비디아 1개월 간 주가 흐름[그래픽=구글]
다시 뉴욕증시로 돌아와 보면, 반도체 부문에 비관론이 드리운 것만은 아닙니다. 앞서 15일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순풍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뉴욕 증시 상장 반도체 기업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아날로그디바이스·ON반도체'를 대표적인 강세 예상 종목으로 꼽았는데요. 다만 전통적인 수요보다는 AI와 차세대 네트워크(5G)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 분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에서였습니다.
한국증시도 '시총 1위' 삼성전자를 매대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얽혀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21일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ARM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M1 맥북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매우 좋다"면서 "MS도 자체개발 프로세서 비중을 높일 것으로 보이는 바 이런 움직임은 기존 반도체 강자 인텔과 AMD에 부정적인 반면 삼성전자와 대만 TSMC는 결과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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