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레이더P] "국회가 스타트업 가꾸는 농장돼야"…`농장주`로 변신한 강훈식
입력 2020-12-21 15:00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유니콘팜`을 출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스타트업은 미래먹거리를 만드는 주역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을 향해 쌓이는 규제의 벽은 점점 높아져만 가고 있습니다. 과잉규제에서 적정규제로, 딱딱한 제도에서 유연한 제도로, 그리고 불확실성에서 예측가능성으로 나아가도록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 18일 국회엔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연구모임이 결성됐다. 9명의 민주당 초·재선의원과 1500여개 스타트업을 회원사로 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의기투합해 만들어진 이 모임의 이름은 '유니콘팜(Unicorn Farm)'이다. 유니콘 기업을 길러내는 농장이 되겠다는 뜻이다. 국회에 스타트업을 주제로 한 연구모임이 생긴 것은 이번이 최초다.
모임 결성을 주도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농장주'라고 소개했다. 강 의원은 "미래먹거리에 대한 고민에서 모임을 결성했다"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 등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21대 국회서 재선에 성공한 그는 현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소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의원회관에서 만난 강훈식 의원은 "현재가 아닌 미래에 먹고 살거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국회 안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미래산업의 주역이 돼야하는데 규제에 부딪혀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아이디어와 기민함으로 승부하는 기업이다. 대기업은 규제에 부딪혀도 자본력이나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이를 견뎌낼 수 있지만 스타트업 금방 '죽음의 계곡'으로 내몰린다"며 "그런데 규제의 벽이 자꾸만 높아지는 것은 운동장이 기울어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의원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규제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규제완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과잉규제에서 적정한 규제로, 딱딱한 제도에서 유연한 제도로, 그리고 불확실성에서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가도록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니콘팜은 이를 위해 매달 정기모임을 갖고 규제완화 과제를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9명의 의원들이 모임에서 공동발제를 통해 과제를 공유하고 채택된 과제들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해결책을 도출한다. 연구결과 법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법안을 공동발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이를 함께 공론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 과정에 규제당국인 정부도 적극 동참시키겠다고 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완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보다 확실한 성과를 내기 위해 유니콘팜의 문제의식이 당 지도부에도 전달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 당 정책위원회와도 적극 소통할 계획이다. 강 의원은 "스타트업 업계에선 국회가 애로사항을 듣는 건 잘하지만 실질적 성과를 내는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대부분의 규제는 정부 주도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부와 소통하는 당 정책위까지 문제의식이 전달되도록 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한편 '유니콘팜'이 정치인과 경제인 사이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하나의 '모델'로 자리잡는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언제부턴가 국회의원이 정부와 기업간의 이해관계 조정에 나서면 마치 '기업편을 든다'는 오해를 받아왔다"며 "이런 인식을 뛰어넘어야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개별 의원 차원이 아닌 연구모임을 통해 다수의 의원들이 공적인 공간에서 (이해관계 조정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주면 새로운 문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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