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은행 순이익 20%까지 배당" 금감원 권고안에 은행 시큰둥
입력 2020-12-20 18:00 
한동안 은행에 배당을 억제할 것을 요구해왔던 금융당국이 입장을 바꿔 금융지주를 향해 순이익 중 20%까지 배당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배당 권고에도 불구하고 금융사 실적과 건전성이 우량한데도 배당을 작년보다 줄이라고 한 것은 '금융 상식'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올해 실적에 대한 배당성향을 20% 선으로 맞추는 것을 놓고 금융지주들과 협의하고 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을 뜻한다. 작년 4대 금융지주 배당성향은 25~27% 수준으로 배당금 약 2조9000억원이 지급됐다.
금감원 권고대로라면 올해 배당성향은 작년보다 5~7%포인트 낮아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유럽과 미국이 일제히 배당 금지령을 내리면서 그동안 금감원도 올해 배당을 자제하라며 압박해왔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5일 은행에 대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 재개를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전환됐다.

금융당국이 바젤Ⅲ를 조기 도입하면서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 것도 한몫했다. 올해 9월 말 국내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 비율은 16.02%로 전 분기 말 대비 1.46%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배당을 제한할 명분이 사라지자 최근 금융당국은 입장을 선회했다.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의 코로나19 단계별 충격 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그 최종안과 함께 배당 지침도 은행권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 입장은 배당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문제가 없으면 원칙대로 하라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뒀다면 이제 배당을 할 때"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은 이달 이사회를 시작으로 내년 3월까지 올해 사업 실적에 따른 배당 수준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주들을 잡으려면 배당을 늘려야 하는데 배당성향 지침이 낮아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9조원을 기록했다. 산술적으로 연간 12조원에 대해 배당성향 20%를 적용하면 결산 배당이 2조4000억원에 그쳐 작년보다 5000억원가량 감소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낮추면서도 배당금을 유지하려면 결국 실적을 높여야 할 것"이라며 "올 4분기 충당금을 덜 쌓아 순익을 늘려 배당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하면 부실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금융지주들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배당을 늘렸다고 해서 은행의 위험관리 능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NH투자증권이 배당성향 시나리오별 자본 비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배당성향을 중장기 목표인 30%까지 올린 결과 BIS 비율은 0.04~0.07%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일호 기자 /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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