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융위도 1년새 민간파견직원 17% 늘려
입력 2020-12-20 17:50  | 수정 2020-12-20 20:55
◆ 금융당국 인력 파행 운용 ◆
금융위원회가 올해 민간 기관에서 받는 파견근무자를 지난해에 이어 또 늘렸다. 코로나19로 금융업계에선 명예퇴직을 단행하는 등 인력을 줄이고 있는데, 정작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의 행태는 이 같은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2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17개 민간 기관 직원 56명이 금융위에서 파견 형식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에 근무하는 민간 기관 파견자(48명)보다 8명(16.6%) 늘어난 수치다.
금융위가 운용하는 민간 기관 파견자는 매년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규모 면에서도 정부 부처 중 압도적으로 1위다. 올해 10월 민간 파견자(56명)가 금융위 전체 정원(307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8.2%로 정부 부처 중 가장 높다. 같은 시기에 다른 경제 부처인 기획재정부에서 근무하는 민간 기관 파견자는 31명으로 정원(1107명)의 2.8%에 불과했다.
금융위는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민간 기관 직원을 쓰고 있지만 민간 파견자를 계속해서 늘려 쓰면 인건비 전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견자의 원래 소속 기관을 살펴보면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대부분 금융위의 지휘·감독을 받는 기관이다. 이 기관들은 금융위에서 인력 파견 요청이 오면 인력 결손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위에 파견된 민간 기관 직원의 급여를 금융위가 아닌 원소속 기관이 제공하기 때문에 민간 기관들은 사실상 인건비를 상납하는 셈이다.
또 민간 파견자의 경력을 보면 사원·대리·과장급이 많아 업무의 전문성을 높이기보다는 보조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감원, 산업은행,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등 대부분 파견 기관들이 본점을 서울에 두고 있는데, 굳이 서울 소재 금융위에 인력을 파견하는 것은 금융위와 해당 기관 간 소통보다는 일손을 더는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파견직이 장기적으로 운영되면서 암묵적으로 상설화되는 사례도 있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기업은행은 2010년부터 현재까지 10년 이상 각각 금융위 금융소비자국과 금융정책국에 자사 직원을 1명씩 파견해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금융위가 다른 정부 부처가 아닌 감독 대상 기관에서 대거 파견을 받는 것은 인력을 비공식적으로 충원하는 꼼수"라며 "민간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면 정식으로 공무원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와 신종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파견 인력이 불가피하게 증가했다"며 "앞으로 파견 인력을 단계적으로 30% 감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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