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서학개미 덕에 외화예탁금 23억弗 사상최대
입력 2020-12-20 17:21  | 수정 2020-12-20 21:18
올해 해외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서학개미'들이 증권사에 맡겨둔 단기 자금이 지난해보다 3.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학개미는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주식을 매매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부르는 시장 유행어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환산 손실이 발생했지만 투자자들이 오히려 이를 매수 기회로 삼고 타이밍을 재는 동안 증권사들은 이들이 맡긴 외화 예탁금 관리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2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5일까지를 기준으로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자금 보유액은 총 23억2341만달러(약 2조5534억원)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전체(6억6770만달러)보다 248% 늘어난 수치다. 증권사들의 외화자금은 원화 예탁금과 마찬가지로 증시 대기성 단기 자금 성격을 가진다.
이는 원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해외 주식 투자가 늘어난 것과 맥을 같이한다. 같은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등 해외 주식을 총 1015억8053만달러(매수 결제금액)어치 사들였다. 지난 한 해(217억4825만달러)보다 367% 늘어난 규모다.
증권사들은 때아닌 고민에 빠졌다. 외화 예탁금에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뚜렷한 자금 운용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금융투자업규정'(4-46호)상으로는 외화든 원화든 투자자가 맡긴 예탁금에 대해서는 증권사들이 예탁금 이용료(이자)를 줘야 한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증권사들이 수익을 내야 하는데 금융위의 이자 지급 규정과 기획재정부의 외환 관리 규정이 맞지 않는 부분이 고민"이라면서 "이전에는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 않아서 관심이 적었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라진 만큼 제도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화 예탁금의 경우 고객에게 이자를 돌려주는 곳은 현재로선 미래에셋대우 한 곳뿐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고객 상당수가 신한은행 고시 환율에 따르는 원화 주문 서비스를 이용해 해외 주식을 거래하기 때문에 별도로 외화 예탁금 규모를 산정하지 않았다"면서 "자사 이용 고객 특성상 원화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외화 이자 지급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금융 당국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원화 예탁금은 증권사가 이자 지급 수익을 마련하기 위해 고객 예탁금을 채권 등 자산에 투자해도 된다는 계약(약관)을 체결했는데, 외화 예탁금은 별도의 약관이 없어 원화 약관을 외화에 적용해도 될지를 물어본 것이다.
증권사들이 예탁금에 대해 지급하는 이자는 크게 두 가지로부터 나온다. 하나는 예탁금을 기반으로 자금을 운용해 내는 수익이다. 또 다른 하나는 투자 고객들의 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 등에 맡겨놓은 후 받는 이자 수익이다. 외화의 경우 증권회사가 외국환은행(은행)과 한국증권금융에 맡겨놓은 예탁금 규모가 총 4조3492억원(올해 6월 말 기준)인데, 증권사들은 이 돈을 맡긴 대가로 증권금융과 외국환은행으로부터 연 0.1~0.9%의 이자를 받는다. 증권사들은 본격적으로 예탁금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은행처럼 예대 마진(예금과 대출금 이자율 차이)에 따른 수익이나 외화 자산 운용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규식 기자 / 김인오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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