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 연장하려면 관리비 더내라"…속타는 세입자들
입력 2020-12-20 16:24 
전세 매물 실종에 약자가 된 세입자들. 임대차법으로 보증금 인상이 어려워지자 집주인들이 세입자로부터 가전 사용료를 받거나 관리비를 인상하는 꼼수를 내놓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매경DB]

서울 시내 7평짜리 원룸에 거주하는 사회 초년생 A씨는 최근 전세 계약 갱신을 요청했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집주인이 내년 2월말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계약 갱신 의사를 묻더니,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의 5% 인상과 함께 관리비를 기존 10만원에서 15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 상황에 날씨까지 추워지면 당장 이사나갈 집을 알아보기도 어려운 상황인데다,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보증금에 문제가 생길까 울며 겨자먹기로 집주인 요구를 받아들였다"며 "월 5만원이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지만 집주인에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것 같아 언짢았다"고 토로했다.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주택임대차보호법으로 임대료 상한에 제약이 걸리자 일부 집주인들이 관리비를 올려받는 '꼼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월 31일부터 전월세상한제가 시행돼 계약 갱신시 보증금의 5% 범위 내에서만 증액할 수 있는데, 관리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특히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상대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세입자들이 주로 임대인들 꼼수 타깃이 되고 있다. 서울 소재 A공인 관계자는 "특히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같은 1인 가구가 주로 사는 원룸은 세입자에게 월세를 올리지 못하는 대신에 관리비 명목으로 일정 금액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일부 집주인들이 계약 갱신시 관리비를 2배 가량 올리며 불편을 호소하는 세입자들도 다수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카페에서도 전월세상한제에 대응해 관리비 증액을 고민하는 임대인도 늘어나고 있다. "협의 없이 인상할 수는 없으니 실제로 관리비를 터무니 없이 올리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이나 "월세를 5% 이상 올리지 못하니 관리비라도 많이 올리겠다"는 임대인 입장 등이 나오고 있다. 일부 임대인들은 원룸에 옵션으로 제공된 가구와 가전 제품 사용료를 계약 갱신시 새로 청구하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내년 6월 시행되는 임대차 3법의 전월세 신고제에서도 관리비는 신고 대상이 아니다. 관리비를 임대 건물 관리 및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150가구 이상은 관리비 사용 내역을 작성해, 공개하고 매년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지만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같은 1인가구가 주로 사는 원룸은 150가구 미만의 형태가 다수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