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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 파리보다 인구밀도 낮다고?"…변창흠식 통계 논란
입력 2020-12-20 14:48  | 수정 2020-12-20 16:09
1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 [사진 제공 = 국토교통부]

#서울은 세계 대도시에서 보기 드문 수려한 자연환경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는 내·외사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한강이 도시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현재 1000만 시민의 여가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서울시 책자 '서울의 도시계획' 중)
변창흠 후보자가 제시한 서울과 파리 인구밀도 비교도 [자료 제공 = 국토교통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내에도 주택을 공급할 땅이 많다며 서울과 파리 인구밀도를 비교했으나 이는 서울이 산악 지형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 면적으로만 비교한 것이라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 후보자는 지난 18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역세권 고밀개발·준공업지역 개발·공공참여 소규모 주택 정비 등 앞으로의 주택 정책 방향을 소개했다. 변 후보자는 "서울 도심 내에는 일반적으로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주택 공급할 부지가 충분히 많다"며 "서울은 프랑스 파리보다 약 6배 면적이 넓고 주거밀집도가 낮다"고 말했다. 통계상 서울 인구밀도(16.18명/㎢)는 파리(21.28명/㎢)에 비해 낮다.
서울 내 용도지역 현황도 [자료 제공 = 서울시]
그러나 이는 자연녹지지역 등 개발제한구역을 제외한 단순 면적 대비 통계라 실질적으로 주택 공급할 땅이 많다는 근거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전체 도시계획구역 면적(605.59㎢)에서 녹지면적은 232.93㎢(38.7%)로 전체 3분의1에 해당할 만큼 비중이 높다.
서울 내 용도지역 지정현황 [자료 제공 = 서울시]
평지가 적고 산악지형이 많은 서울 지형 특성을 고려하면 서울 내 주택 공급 가능지역은 더욱 줄어든다. 서울은 도심 내에 내사산(북악산·인왕산·남산·낙산)이 외곽에는 외사산(북한산·덕양산·관악산·용마산)이 자리잡아 고도제한 등 주택 공급 제약 요소가 많다. 반면 파리 도심에는 산이 없고 대규모 숲인 뱅센느 산림공원(9.95㎢)과 볼로뉴 숲(8.46㎢)이 외곽에 위치한다. 변 후보자 발언에 대해 '산을 깎아 집을 지으려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파리 신도시 라데팡스 인근 지역 전경
익명을 요구한 도시계획 관계자는 "파리는 19세기부터 도시계획을 철저하게 운영한 곳이라 서울과 비교 기준으로 삼기도 부적합하다"며 "변 후보자가 이런 서울 특성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변 후보자는 도심 주택 공급방안으로 서울 내 지하철역 인근 평균 용적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역세권 고밀개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유사 사례인 역세권 청년주택이 과밀도로 지어진 것처럼 도시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조례상 250~300% 용적률을 적용받는 주거지역도 종상향해서 용적률을 1000% 가까이 올리고, 늘어난 용적률만큼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서울 님산 서울타워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김재훈 기자]
실제로 삼각지역 인근 청년주택은 2개동에 용적률 962%를 적용받아 1086가구(셰어형 포함 1916실)를 공급하는 매머드급 임대주택으로 들어섰다. 용적률 962%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1297가구, 4개동) 용적률 919%를 뛰어넘는 수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 재건축만 풀어줘도 시장 수요에 부합하는 주택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며 "눈앞에 해결책이 있는데도 보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용적률 962%로 지어져 과밀개발이라는 지적을 받은 역세권 청년주택 [사진 = 한주형 기자]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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