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쥐꼬리 적금 쥐고있음 뭐해" 단기자금 비중 사상 최고
입력 2020-12-20 10:45 
그래프 역대 최대 급증한 단기자금 비중 [자료 = 한국은행]

30대 직장인 이유민씨는 최근 정기적금을 깬 1000만원을 주식계좌에 넣어뒀다. 이씨는 "연초 삼성전자에 투자해 30%이상 수익을 냈다"며 "금리가 1대% 밖에 안되는 적금에 돈 묻어둬봐야 뭐하느냐"고 반문했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이훈정씨(40·가명)는 올해 적금 만기로 돌아온 3000만원을 고스란히 손에 쥐고 있다. 이씨는 "주식, 부동산은 너무 많이 올랐고 내년 경기는 어디로 튈지 모르겠다"며 "얼마 안되는 이자 받으려고 은행에 묶어둘 바에 유망 투자처가 보일 때 바로 투자할 수 있게 현금 들고 있는게 낫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만성적인 저금리 현상이 겹치며 시중 유동성 중 단기자금 비중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주식,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급등하며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현금 등 단기자금 선호현상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광의통화(M2) 중 협의통화(M1) 비중은 10월 기준 36.0%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6년 이후 34년 만에 최대치로 치솟았다.
통화 및 유동성 지표 증가율 추이 [자료 = 한국은행]
M1은 현금,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예금 등 당장 쓸 수 있는 돈이다. M2는 M1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등 1~2년 정도는 묻어둬야 하는 돈을 합친 자금이다. M2 가운데 M1이 불어났다는 것은 예적금 깨고 현금 들고 있는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에서는 1년 새 13조원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반면 현금 등 M1은 1135조원으로 같은 기간 231조원(27.8%)이 불어났다. 증가율만 놓고보면 지난 2002년 이후 18년만에 최대치다.
현금 비중이 불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통장에 돈을 넣어도 이자소득이 거의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기관 정기적금 금리는 1.16%(10월 기준)로 8개월째 2%를 밑돌고 있다. 정기예금 등 저축성 예금 금리는 더 짜다. 평균 0.88%로 5개월 연속 0%대 저공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통화 및 유동성지표 추이 [자료 = 한국은행]
현금이 늘면서 증시 주변을 기웃거리며 눈치만 보고 있는 대기자금도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아직 주식에 돈을 베팅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62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8% 급증했다. 비슷한 성격의 개인 투자자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담긴 돈 역시 53조원로 같은 기간 23.3% 늘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풀린 유동성이 소화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은 "중장기적으로 경제를 정상으로 돌아가도록 만들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다시 흡수해야 하는게 중요한 과제인데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저항감으로 유동성 흡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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