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대학 기숙사 생활치료센터 전환에 대학생들 난색…"낙동강 오리알 신세 됐다"
입력 2020-12-20 10:22  | 수정 2020-12-27 11:03

서울시가 시내 대학 기숙사를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로 확보하는 방안을 급히 추진하면서 기숙사를 이용하던 학생들이 무척 난감해졌습니다.

학생들은 당장 이번 겨울을 안전히 보낼 곳을 구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학교 측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시립대 기숙사에 거주하는 A(26)씨는 지난 16일 오전 뉴스를 통해 기숙사가 생활치료센터로 전환돼 서울시에 520병상을 제공하게 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시립대는 당일 저녁 학생들에게 "서울시의 긴급 요청에 따라 동계 기숙사 개관을 취소한다"고 알리고 예외 없이 모든 학생이 퇴소해야 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이 조치에 따라 기숙사에 생활 중인 560명 중 290명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머지 270명은 이달 22일 오전까지 대체 숙소인 호텔로 가게 됐습니다.


학교 도서관을 이용할 생각이었던 A씨는 호텔에 입실하기로 했지만, 수납공간이 부족한 호텔에 다량의 책과 두꺼운 겨울옷을 어떻게 보관해야 할지 고민스러운 상황입니다.

또 1인 1실을 쓰던 기숙사와는 달리 호텔에서는 다인실이 배정될 수도 있는 데다 학교 도서관까지 가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걱정도 늘었습니다.

A씨는 오늘(20일) "결정 전에 미리 학생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학생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함께 적절한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립대 4학년 장모(23)씨는 결국 본가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장씨는 "생활치료센터 전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학교 구성원과의 협의 없이 서울시를 통해 일방적으로 전환 발표를 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했습니다.

시립대 관계자는 "급하게 진행된 만큼 교내 행정 절차를 따르는 데 시간이 걸려 학생들에게 안내가 늦었다"며 "아직 (대체 숙소인 호텔) 배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아직 모두에게 1인 1실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대학 기숙사생들도 기숙사가 생활치료센터로 실제 전환되면 당장 어떻게 겨울을 보내야 할지, 학교 측이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줄 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대, 경희대 등 시내 여러 대학과 생활치료센터 확보 방안을 협의 중이비다.

서울대의 경우 호암교수회관과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을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하는 논의를 서울시와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대 대학원생 서모(25)씨는 "대학원생이라 방학 기간에도 학교에 출퇴근해야 한다"며 "기숙사에서 나오면 집에 가는 수밖에 없는데 왕복 4시간 거리를 매일 오갈 수 있을지 고민이고, 통학길에 감염 위험에도 노출될 텐데 집에 부모님도 계셔 걱정이 크다"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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