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는 연일 사상 최고인데…코스닥은 왜 24년전보다 낮을까?
입력 2020-12-19 08:59  | 수정 2020-12-26 09:06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18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는 2772.18로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증시가 호황이라는데 코스닥은 왜 사상최고치에 대한 언급이 없을까요? 18일 종가 기준 코스닥 지수는 947.24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사상 최고치는 IT버블이 있었던 지난 2000년 3월 2925.50입니다. 현재 지수는 사상 최고치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코스닥 지수는 1996년 7월 1일 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출발했습니다. 24년이 지난 현재까지 1000포인트를 밑돌고 있는 겁니다. 이쯤 되면 코스닥 지수 자체가 흑역사처럼 보입니다. 1996년 코스닥 시장 출범 당시 341개사에 전체 시가총액은 7조원이 조금 넘었습니다. 현재 코스닥 시장 상장사는 1465개, 전체 시가총액은 371조원에 달합니다. 덩치는 커졌는데 코스닥지수는 당시보다 내려가 있다는 것이죠.
아리송한 퍼즐을 풀기 위해선 코스닥 지수 산출법부터 봐야합니다.

◆ 코스닥 대형주 대부분 코스피로 옮겨
코스닥지수는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산출됩니다.
만일 어제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100조원이었는데 오늘은 101조원이 됐다, 그러면 1%가 오른 겁니다. 1996년 7월 1일 시가총액 7조원이 1000포인트니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이 14조원이 되는 날 지수는 2000포인트가 되는 겁니다.
코스닥은 시총 상위주들이 수시로 코스피로 떠납니다. 몸집을 키우면서 코스닥 지수를 끌어올려야 할 종목들이 코스피로 떠나면서 코스닥 지수가 아직 1000포인트에도 못 미치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10년 전 코스닥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4개 종목이 더 큰 꿈을 품고 코스피로 떠났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카카오 같은 회사들이 모두 뉴욕증시로 떠났다면 코스피도 아마 사상 최고치를 찍지 못했을 겁니다. 새로 상장하는 회사가 많았을텐데란 질문을 하시는 독자도 계실겁니다. 상장으로 인한 지수 왜곡을 막기 위한 장치가 있습니다. 신규상장된 회사들의 경우엔 해당 종목이 1996년 7월 1일에도 있었다고 가정을 하고 지수를 산출하는 겁니다.
◆많은 신규상장·어려운 중소기업 현실이 발목
신규 상장사가 많은 것도 한 요인입니다. 한해에 코스닥에 신규 상장하는 기업이 100곳 정도 됩니다. 올해도 코로나19 폭락장에 한동안 시장이 멈추다시피 했지만 현재까지 78개 종목이 코스닥에 데뷔했습니다. 손님은 늘지 않는데 메뉴가 늘어나니 메뉴당 판매량은 줄어드는 것이죠.
기술적인 요인 외에도 한가지 생각해볼 부분이 있습니다. 코스피는 1980년 100포인트로 출발해 현재 2700포인트까지 40년 동안 27배 올랐습니다. 이에 비해 코스닥은 24년 동안 제자리걸음입니다.
증시는 경제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의 엇갈린 운명은 대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은 20여년 전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요.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kdk@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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