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내년 3분기 전국민 접종" 싱가포르의 치밀한 백신 확보전
입력 2020-12-18 14:41  | 수정 2020-12-25 15:36

인구 570만명의 싱가포르가 지난 10월부터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제로' 상태를 유지하며, 전국민에게 접종할 백신 확보와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를 앞두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코로나 초기 국경과 사회를 사실상 폐쇄했던 싱가포르가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셈이다. 날로 확진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제약업체 모더나와 중국의 백신 개발 업체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을 포함한 유망한 백신 후보에 대한 선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조기 지불했다고 밝혔다. 우리 돈으로 약 8255억원(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내년 3분기까지 모든 자국민에 백신 접종의 발판을 마련했다.
리 총리는 전국민 백신 무료 접종을 알린 이 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오는 2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reopening) 절차를 3단계(phase 3)로 진입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장밋빛 환상 대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거리두기가 3단계로 들어가더라도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며 "바이러스는 아직 근절되지 않았다.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국민들에게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거듭 부탁했다.
싱가포르에서 거리두기가 3단계로 완화되면 최대 5명까지만 모일 수 있는 것이 최대 8명으로 늘어난다. 8명이 모여 식사를 하거나 가족이나 친척 모임을 가질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교회나 공공장소에서 수용할 수 있는 인원 제한도 완화되며 대형 쇼핑몰에 대한 규제도 느슨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런 일상에 대해 리 총리는 "거리두기가 완화돼도 '주의'라는 마음은 버리지 말라"며 "2단계에서 3단계로 진행하는 것은 보정된 신중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앞서 지난 3~4월 코로나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상씩 나왔다. 좁은 방에 수십명이 같이 지내는 이주노동자 기숙사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유행이 처음 시작됐을 때 생필품 사재기 걱정과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는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은 시험을 볼 수 있을지, 병상 부족은 없는지 등 여러 걱정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런 걱정 없이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이중 교육과 관련, 초·중·고등학교 개학 연기, 온라인 수업을 채택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싱가포르는 원래 예정대로 초·중·고등학교가 개학을 실시해 전 세계의 시선을 받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코로나 상황에 대응해 '트레이스 투게더(Trace Together·함께 추적)'라는 이동 추적 앱을 전국민에게 의무적으로 깔도록 했고, 확진자 발생 시 2미터 이내 30분 이상 접촉한 사람은 밀접 접촉자로 분류해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를 바탕으로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를 집중 방역했다.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로 사회적 모임 인원을 5명으로 오랫동안 규제했다.
리 총리는 담화에서 "추적 앱을 사용하는 것에 불편함을 겪었지만, 이를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며 코로나 방역에 트레이스투게더 앱의 기여도가 크다는 점을 별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엄청난 노력과 약간의 행운이 필요했다"며 철저한 규칙 준수와 준비가 있었다는 점을 피력했다. 싱가포르는 국경을 폐쇄한 것과 같은 강력한 입국 방역도 실행했다. 싱가포르에 입국을 위해서는 정부 기관이 발급하는 안전여행패스를 받아야 하며, 출국 전 72시간 이내 모든 사람은 코로나 검사를 실시한 후 음성 결과가 포함된 건강 상태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여행 이력 신고서까지 작성해 까다로운 입국 절차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와 초기 대응이 달랐던 점이다.
리 총리는 담화에서 "모두의 지지와 우리의 강화된 안전장치가 효과를 발휘했다"면서 "덕분에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 공동체 안에서 조용히 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긴강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리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모든 싱가포르 국민과 장기 거주자들이 무료로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신은 이달 말부터 들여올 예정"이라며 "계획대로라면 내년 3분기까지는 모두가 접종 가능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총리는 "팬데믹 초기부터 정부는 무대 뒤에서 조용히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간단한 일이 아니었으며 200개가 넘는 백신후보가 개발 중에 있었고, 모두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 싱가포르는 화이자 백신을 도입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수개월 이내 추가 물량이 들어올 예정이다"고 밝혔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internet.com / 박완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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