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징계위 "판사 사찰 문건, 조롱 목적"…"몰아가기식 자의적 판단" 비판
입력 2020-12-17 15:16  | 수정 2020-12-24 16:03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재판부 사찰 문건'을 징계 사유로 인정했지만,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징계 의결 요지서에 따르면, 징계위는 윤 총장의 징계 혐의 중 하나인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의 작성 및 배포'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과 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검찰 사무분장상 '수사' 정보만 수집·관리할 수 있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해당 문건을 작성한 건, 아무런 법령의 근거 없이 법관의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수집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징계위는 해당 문건에 △ '전교조 판사' 등 재판부의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정보 △ 재판부에 모욕적이고 명예훼손적인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 문건은 "재판부에게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면서 재판부를 공격·비방하거나 조롱할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작성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징계위는 "이러한 행위는 법관을 위축시키고, 전체 법관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어떤 경위에서든 법관의 정치적·이념적 성향에 관한 개인정보를 배포하는 것은 검찰총장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징계사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징계위가 제시한 징계사유 인정 근거가 주관적이고 자의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BN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대검 예규상 '수사 정보'에는 범죄수사는 물론 '공소유지' 관련 정보도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어, 수사 '참고' 자료도 수집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어 현재 전국 검찰청에서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 공판관련 사항을 보고하는 재판진행상황보고가 당연하게 이뤄지고 있어, 위법한 정보 수집이라는 징계위의 의결 내용은 규정과 현실에 모두 동떨어진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징계위가 해당 문건에 전교조 사건 판결사례 등을 기재한 것을 '전교조 판사', '좌익판사' 등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낸 것이라고 판단한 것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해당 문건에 '전교조 판사'나 '좌익 판사'라고 규정한 문구는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당 문건에 기재된 나머지 법관들의 판결사례들을 보면 정치적 성향과 무관한 일반적인 사건들이 다수 기재되어 있다"며, "결국 문건의 전체적인 취지는 무시하고 극히 일부분에 대해 악의적으로 선별하고 왜곡해석하여 징계사유로 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해당 문건이 재판부를 공격·조롱할 목적으로 작성됐다는 징계위의 판단에 대해 "문건 작성 후 9개월 이상이 지나도록 재판부에 대한 공격 등이 현실화되었다거나 시도되었다는 증거는 전혀 없고 징계위도 근거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며 "증거에 입각한 판단이 아닌 '추측'에 입각한 징계위의 몰아가기식 자의적 판단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 서영수 기자 / engmath@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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