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윤석열 징계의결서 보니…"수사에 정치색, 검사 본분 넘어"
입력 2020-12-17 12:23  | 수정 2020-12-24 13:03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임 후 봉사' 발언을 두고 "지휘하는 수사에 정치색을 입히는 것"이라며 "검사의 본분을 넘어섰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7일) 징계위의 징계의결서에 따르면 징계위는 윤 총장에게 인정한 징계사유 4가지에 대한 징계양정 판단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징계위가 인정한 혐의는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 및 배포,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관련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입니다.

징계위는 이 중 정치적 중립 훼손 부분과 관련해 "징계혐의자가 퇴임 후 정치활동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징계혐의자가 선택할 일"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국정감사장에서 정치활동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발언을 함으로써 징계혐의자의 정치적 중립을 더 신뢰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징계혐의자가 지휘하는 수사에 정치적인 색채를 입히는 것이었고 그 결과 수사를 담당하는 많은 검사에게도 동일한 의심을 가게 하는 일이었다"고 꼬집었습니다.

징계위는 이 같은 판단을 내린 뒤 윤 총장이 "어떤 경우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검사의 본분을 넘어버렸다"고 적었습니다.

징계위는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과 관련해서는 "악용될 여지가 농후한 법관의 개인정보를 수집, 배포하는 행위는 일상적으로 여론 비판에 직면해야 하는 법관을 위축시키고 그 결과 전체 법관 사회를 건강하지 못하게 할 우려가 있고, 좋은 판결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게 하는,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습니다.

징계위는 특히 해당 문건에 '모 판사가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됐다'고 기재된 부분에 대해선 "공판 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했거나 속칭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중 해당 정보를 그대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제공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징계위는 채널A 사건의 감찰 방해 혐의를 두고는 윤 총장이 "불과 몇 년 전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지 못하게 했던 당시 상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최측근 관련 사건이었으므로 당연히 스스로 회피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데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고집했다"며 "국정원 댓글을 수사하던 징계혐의자였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일이 진행됐다"고 기재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이 지난 2~4월 한동훈 검사장과 전화통화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약 2천700회 연락을 주고받을 만큼 밀접한 관계임에도 채널A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지난 3월31일 이후 4월7일까지 약 8일 동안 110회의 통신을 주고받아 '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의 회피의무를 위반했다고 적시했습니다.

그러나 징계위의 이 같은 양정 판단에 대해 한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아닌 추정과 여러 가정을 전제로 양정을 판단했다는 건데, 한 나라의 검찰총장을 징계하면서 이렇게 허접한 양정 이유를 댈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습니다.

징계위는 언론사 사주 회동 의혹과 법무부 감찰 불응 혐의는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만 징계하지 않기로 판단했습니다.

징계위는 그 이유에 대해 "징계혐의자와 사주가 만나게 된 경위와 목적, 대화 내용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당시 해당 사주와 관련된 사건은 수사가 종결된 시점이었으며 다른 형사사건과의 관련성도 명확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감찰 불응 부분에 대해선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징계양정을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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