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명동 사채왕 연루돼 '거짓 마약범' 된 남성, 20년 만에 '무죄'
입력 2020-12-17 11:21 
20년 전 억울하게 마약을 소지했다는 마약범으로 낙인돼 구속을 면할 수 없었던 신 모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형사9단독 정종건판사)은 신 씨가 지난 2016년 청구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마약 투약, 폭력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무죄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로, 신 씨에게 사기 도박을 벌이고 누명을 씌우려던 일당 중 1명 A 씨의 진술을 제시했습니다.

A 씨는 명동 사채왕 최진호의 지시로 신 씨 바짓주머니에 마약을 몰래 넣었다고 지난 2008년 진술한 바 있습니다.


이후 검찰 재수사가 개시돼 재판까지 진행됐지만, 최진호는 무죄를 선고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최진호에게 해당 사건 청탁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최민호 전 판사는 몇 년 후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재판부는 2016년 신 씨가 재심을 청구한 이후 재판 증인으로 나온 최진호가 수차례 증인 소환에 불응하다가 출석해 진술을 거부했다며 "최진호가 사건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형사 사법 질서를 크게 훼손했다"고 밝혔고,

2001년 신 씨를 마약 소지 혐의로 현장 체포했던 경찰관에 대해서도 재판과 수사기관 등에서 수차례 진술을 번복했다며 최진호와의 친분 관계도 언급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출동 당시 해당 경찰관이 누군가가 마약을 소지했다는 신고를 받는데, 최진호와 경찰 사이 구체적 내용까진 알 수 없으나 어떤 교감이 있지 않았나 의심된다"며 "피고인이 필로폰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마약을 몰래 신 씨에게 넣는 과정에서 작은 폭행 사건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신 씨가 폭행 혐의로도 기소됐던 것에 대해 재판부는 "최진호로부터 사건이 조작됐고 폭행 고의가 없었으며 정당 방위에 해당된다"는 피고인의 진술을 받아들였습니다.

선고를 마친 후 신 씨는 "정의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며 "시대가 바뀐 것 같다"며 소회를 밝혔습니다.

[박자은 기자/jadooly@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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