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주식을 게임처럼 취급" 로빈후드 美주 당국에 소송당해
입력 2020-12-17 11:12  | 수정 2020-12-24 11:36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열광하는 미 온라인 증권 플랫폼 로빈후드가 투자자를 위험에 빠트렸다는 이유로 메사추세츠 주 당국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매사추세츠주 증권 규제당국은 로빈후드 파이낸셜이 투자자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않았다며 벌금 부과 등을 요청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주 당국은 이날 공개한 23장짜리 소장에서 로빈후드가 고객과 자산을 보호하지 못해 주 법률 및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로빈후드가 올해 채택된 증권 중개업자들이 고객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도록 요구하는 신탁 기준에 훨씬 못 미쳐 투자자들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설명이다.

윌리엄 갤빈 매사추세츠주 국무장관은 이 소송이 매사추세츠의 젊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플랫폼이 상당한 위험성을 가진 진지한 투자로 보이지 않는다"며 "로빈후드는 이길 수 있는 일종의 게임으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주 당국은 로빈후드 앱이 제공하는 무료 주식, 푸시 알림, 디지털 콘페티(색종이 조각) 등이 사용자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참여를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한 번도 주식에 투자한 적 없는 로빈후드의 한 고객이 6개월 만에 1만2700여건의 주식 거래를 한 사례가 소개됐다.
더불어 로빈후드가 필요한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용자를 옵션거래에 참여하도록 승인함으로써 옵션거래에 관한 회사 내규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주 당국은 "로빈후드는 경험이 부족한 투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도록 장려함으로써 고객의 이익보다 (자사의) 수익을 우선시했다"고 했다.
소장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12월 초 기준 매사추세츠주에 50만명의 사용자가 있으며 이들은 총 16억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로빈후드가 잦은 서버 일시장애 현상으로 사용자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회사는 올해 들어 70여차례 서비스 중단 사태를 겪었다.
주 당국은 로빈후드에 벌금을 부과하고, 플랫폼과 옵션거래에 대한 사용자 승인 정책 등을 점검할 외부 컨설턴트 고용을 의무화할 것을 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로빈후드는 "주 당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법정에서 강력히 방어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로빈후드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지난 몇 달씩 우리는 플랫폼을 확장하고 사람들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했다"라며 "또한 옵션거래 제안에서는 안전장치와 향상된 교육 자료를 추가하는 등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매사추세츠주 외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한 연방 규제 당국도 로빈후드의 잦은 서비스 정지 등의 문제에 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에 본사를 둔 로빈후드는 소액으로 누구나 쉽게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가입자 수가 1300만명을 돌파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3월부터 증시 변동성이 심해진 이후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뉴욕증시를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로빈후드 사용자들은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불리며 '미국판 개미'를 일컫는 단어가 됐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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