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美처럼 선구매했다면 지금쯤 누군가는…백신 확보 전쟁서 밀려난 한국
입력 2020-12-17 07:59  | 수정 2020-12-17 11:47
[사진출처 = 연합뉴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잇따라 시작했지만 한국은 빠르면 내년 1분기에나 진행할 것으로 보여 백신 없는 겨울을 보내게 됐다.
이런 가운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해외국가별백신 확보 동향 내부 문건'에 따르면 미국은 최대 24억회분, 캐나다는 최대 1억9000만회분, 영국은 최대 3억8000만회분, EU와 일본은 각각 최대 11억회분과 5억3000만회분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회분 계약이 완료한 상태다. 도입시기도 내년 2~3월로 전망되면서 진행이 더디다.
한국은 코로나19 방역 선진국으로 주목받아왔기 때문에 이처럼 늦은 백신 도입은 의외다.

사실 우리 정부가 본격적인 백신 선구매 협상에 나선 것은 지난 7월이다. 5월에도 검토는 했었지만 당시 환자의 발생이 많지 않아 예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트라제네카(7월)·노바벡스(8월)와 계약의향서(letter of intent)를 각각 작성했고, 모더나(8월)·화이자(9월)·얀센(10월)등과 차례로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선구매를 망설였다.
그러는 동안 미국과 캐나다 등은 인구 수를 훌쩍 뛰어넘는 백신을 확보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1000만회분) 구매 계약서 체결에만 성공했다. 정부는 화이자와 얀센은 이달 중에 모더나와는 1월을 목표로 계약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들 백신은 언제 공급될지 기약이 없다.
그렇다면 한국이 이처럼 백신 도입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뭘까?
안전에 대한 불신일 것이다. 반면 미국은 리스크를 안고 모더나에 1조2000억원의 연구개발 자금을 주고 3억 도즈를 선구매했다. 만약 우리가 미국처럼 했다면 질병관리청은 물론 정부도 논란의 대상이 됐을 것이다.
더욱이 선구매한 백신이 잘못됐을 경우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것이다.
실제 지난달 17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복지위 전체회의에서 "두 회사(화이자·모더나)에서 일반 예상과 달리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오히려 그쪽에서 재촉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선구매 여건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지난달 26일에도 박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정말 행정적 입장에서 볼 때 백신을 과도하게 비축했을 때 그것을 몇 개월 이내에 폐기해야 되는 문제가 생기는데 그에 따르는 사후적인 책임 문제도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백신을 거부하는 연령층이 있고 대부분 젊은층이 그렇다"며 "코로나19 백신의 경우도 5000만명분을 다 확보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맞지 않은 분들이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코로나19가 이렇게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백신 정책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신 확보는 공격적으로 하는 대신 접종은 신중하게 했어야 했는데 안전성에 너무 집착하다보니 백신 확보 전쟁에서 다른 선진국들에게 밀린 것이라고 이들은 말하고 있다.
강기윤 의원 역시 "정부가 K방역은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우리나라 백신 확보는 정작 해외국가 백신 확보 모니터링만 하다가 늑장 대처하고 있다"며 "방역은 선제적으로 하고 백신확보는 공격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규 기자 boyondal@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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