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성공투자 꿈꾸며 빚투…19조 넘었다
입력 2020-12-16 17:46  | 수정 2020-12-16 20:16
◆ '증시의 힘' 개미 대해부 ◆
올해 많은 투자자는 '빚내서 내 집 마련' 대신 '빚내서 주식 매매'로 움직였다. 집값이 치솟고 초저금리 속에 증시가 상승세를 타자 빚을 내 주식을 사는 '빚투'가 처음으로 19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유동성 과잉을 우려하며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작 '빚투'는 정부의 집값 잡기 실패 탓에 초래된 재테크 좌절감을 반영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를 보면 14일까지 개인투자자의 신용융자잔고는 전날보다 0.83%(1555억원) 늘어나 19조42억원을 기록했다. 이달 1일 처음으로 18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주일도 안 되는 동안 다시 1조원이 증가했다. 신용융자잔고란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금액을 말한다.
신용융자잔고는 증시와 정부의 대출 규제를 따라 움직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3월 6조원 수준이던 신용융자잔고는 9개월 만에 3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진 한편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세를 타자 증권사 신용융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춰 연 0.5% 초저금리를 유지한 것도 빚투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증권사들이 신규 신용융자를 중단하자 지난 10월 말에는 16조4000여억 원까지 줄어들다가 지난달부터 증시가 다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이고 이달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면서 신용융자잔고가 덩달아 급증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된 젊은 층 사이에서 '재테크 기회는 주식밖에 없다'는 인식이 형성됐는데 이들의 자금이 많지 않다 보니 레버리지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달 13일 정부 지침에 따라 당국이 연말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서 금융권을 압박하면서 주요 은행들이 1억원 이상 신용대출과 비대면 창구 대출 중단을 선언한 것이 증시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앞서 9월 금융당국은 증권사와 협의해 대출 서비스를 자제하라고 권고했고 이에 따라 일부 증권사가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그러자 '풍선효과'처럼 은행 쪽으로 신용대출이 늘어났다. 주택 마련 자금 수요 등이 겹치면서 지난달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10월보다 7조4000억원 늘어나 직전달 증가폭의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4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이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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