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로나로 우울해요" 올 정신과 매출 14% 늘었네
입력 2020-12-16 17:24  | 수정 2020-12-16 23:02
직장인 이예림 씨(26·가명)는 지난주 접이식 성인 욕조를 구매했다. 목욕할 때만 조립해서 사용하고, 평소엔 접어서 창고에 보관하는 작은 욕조다. 코로나19로 대중목욕탕에 가기 어렵고 피로를 풀 만한 방법을 찾다가 구매한 상품이다. 이씨는 "목욕을 좋아하는데 집에서 즐길 방법을 찾다가 가격도 저렴해 샀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와중에도 일부 업종은 '코로나 효과'로 매출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플랜테리어(식물+인테리어) 등 집 꾸미기 관련 매출은 크게 늘어났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 신경정신과 병원 매출도 증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지난해 1~10월과 올해 1~10월 하나카드의 신용·체크카드 매출 데이터를 분석·비교한 결과다.
우선 가장 눈에 띄게 매출이 증가한 건 '집'과 관련된 업종이다. 재택근무에 외출·모임을 줄여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다. 올해 1~10월 누적 유선·위성방송 결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1%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가구판매점과 인테리어용품 매출액은 각각 25%, 15% 증가했다.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으로 농업용품 매출이 15%, 화원·화초는 9% 각각 늘어났다. 집에서 즐기는 '홈술'과 '홈쿡' 관련 업종 매출 증가도 두드러졌다. 올 1~10월 주류전문점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증가했다. 지난 9월만 보면 전년 같은 달보다 83% 폭증했다. 사람들이 집에서 음식을 해먹으면서 △농산물·청과물(33%) △축산물·정육점(33%) △수산물·건어물(26%) △농협식품전문점(24%) 모두 매출이 증가했다.

대다수 병원들 매출이 감소하는 와중에 올 1~10월 신경정신과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났다. '코로나 블루'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다. 안과(24%) 성형외과(10%) 피부과(10%) 등 매출도 안정적이었다. 재택근무가 늘다 보니 회복에 시간이 걸리는 라식·라섹과 성형 수술 등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학원 업종에서도 교육 과목에 따라 실적이 달라졌다. 자동차운전학원의 올 10월 누적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 늘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대중교통보다 개인 이동수단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1차 유행기(3월)와 2차 유행기(9월) 때 영향이 달라진 업종도 있다. 성인오락실(-89%) 노래방(-72%) 유흥주점(-65%) 등 유흥시설은 2차 유행기에 1차 때보다 매출 감소폭이 더욱 컸다. 반면 테마파크의 10월 매출은 3월과 비교해 121%나 늘어났다. 레저용 숙박업소와 여객선 업종도 각각 110%, 93% 늘었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