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어느날 계좌잔고가 `0`…카톡·텔레그램 `리딩방` 사기주의보
입력 2020-12-16 14:37  | 수정 2020-12-16 14:49

#서울에 사는 30대 A씨는 포털사이트 투자 성공 글을 보고 카페에 가입했다. A씨는 사기범 지시에 따라 500만원씩 2회에 걸쳐 사기계좌에 1000만원 송금하고, 사기범이 단체 대화방에 올린 '매도 또는 매수 타이밍'을 추종하며 800만원을 벌었다. 하지만 어느 날 A씨 명의의 계좌가 '0'원이 돼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항의했다. 이에 사기범은 "당신이 리딩대로 따라하지 않아서 본 손실"이라며 A씨의 실수로 몰아 붙였다. 알고보니 없어진 A씨 돈은 사기범이 본인 계좌로 빼돌린 것. 이 같은 1차 사기에 이어 또 다시 A씨에게 접근한 사기범은 카톡으로 "다른 회원들은 수익을 보고 투자금액을 4000만~5000만원 올렸다" "손실 본 금액을 회복시켜 주고 싶다" "700만원을 들여 고급정보를 사 왔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현혹했다. 이 말을 믿고 재차 리딩방에 가입한 A씨는 초기에는 투자 수익을 얻는가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투자계좌에서 3000만원의 돈이 증발해버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최근 고급정보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 경험이 적은 투자자들을 카카오톡, 텔레그램, 라인, 네이버 밴드와 같은 SNS 단체대화방(속칭 리딩방)에 끌어들여 투자금을 편취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리딩방 사기는 주식, 코인, 사다리게임, 파워볼 등 종류가 다양하고 투자경험이 적은 서민들이 주로 피해를 보고 있다.
리딩방 사기범들은 고수익 원금보장과 수익금의 20% 수수료 후불 등으로 투자자를 끌어 모아 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원금보장계약서·지급약정서 및 담당자 신분증, 수익률 사실확인 공문, 공증서, 손해배상 원금지급 보장, 유명 신용보증사의 보증보험증권 등을 촬영해 카톡으로 보낸다. 하지만 이들 서류는 전부 가짜이거나 위조한 문서다.

리딩방 투자사기는 해킹 당한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사기 수법이 치밀하고 교묘하다. 투자자가 사기당한 것을 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많아 은행에 지급정지 신청을 해도 투자금이 이미 인출된 상태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사건 신고를 받은 경찰은 보이스피싱이 아니라 '사건신고 사실확인원'을 발급해주지 않아 은행에 보이스피싱 신고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사기범들은 소수의 인원이 역할을 나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투자 시 가급적 소수가 참여하는 리딩방은 피해야 한다. 특히, 카톡으로 매매를 주문하고 원금보장, 지급약정을 하거나 리딩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금 지급을 특약한 보험증권을 발행하는 곳은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저금리와 코로나로 불경기가 지속되자 갈 곳 잃은 투자금을 노리는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면서 "투자는 투자대상의 실체를 파악하고 가치를 판단해 본인의 판단과 책임으로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피해신고는 경찰청에서 접수하고 보이스피싱이나 가상화폐 피해 상담은 금융소비자연맹에서 도와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류영상 기자 ifyouare@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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