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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골드만삭스 "반도체 시장 내년도 좋아…AMD·ON반도체 사라"
입력 2020-12-16 13:49  | 수정 2020-12-18 14:36
경쟁사 인텔을 따돌려 `CPU 여신`으로 불리는 AMD의 리사수 최고경영자(CEO) [사진 출처 = AMD]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가 내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시장만큼은 꾸준한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월가 전망이 나왔다. 뉴욕 증시 상장 반도체 기업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아날로그디바이스·ON반도체'가 대표적인 강세 예상 종목으로 꼽혔다.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차기 정부가 내년 출범해 미·중 무역 갈등이 상대적으로 완화되면 한국과 대만 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과 사업해온 미국 반도체 기업들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도 눈에 띈다.
15일(현지시간) 월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고객 메모를 통해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순풍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째는 글로벌 경기 회복 따른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인바 특히 인공지능(AI)과 차세대 네트워크(5G)로 대표되는 첨단 기술 분야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둘째는 바이든 차기 정부가 내년 1월 출범하면 중국 압박 노선과 별개로 무역 부문에서는 미·중 갈등이 완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도체 장비·설계 부문에 특화된 미국 기업들은 한국·대만·중국 업체와 손잡고 반도체를 생산해왔는데 무역 갈등이 줄어들면 중국 협력 사업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게 도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반도체 담당 연구원 의견이다. 그는 "뉴욕증시 상장 반도체 주요 기업 24곳 중 21곳 주가가 최근 예상치를 웃돌았으며 앞으로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목표가나 투자 의견을 상향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반도체 주요 기업 24곳 중 21곳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긍정적으로 조정하면서 특히 AMD와 아날로그디바이스, ON반도체 목표 주가를 높였다.
AMD의 경우 골드만삭스는 목표 주가를 기존 96달러에서 110달러로 올렸고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AMD는 게임용 컴퓨터 프로세서(CPU) 강자로 등극한 반도체 회사로 경쟁사인 인텔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코로나19 사태 속 게임 산업이 선방한 덕에 3분기(7~9월)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특수 반도체 기업 자일링스를 350억달러라는 다소 비싼 가격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지난 10월 한달 동안 주가가 11.28%내려앉아 70달러선을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지난 달부터 이달 15일까지 주가가 28.99%올라 100달러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올해 11월 출시된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와 MS 엑스박스 시리즈 X 등 차세대 콘솔 게임기 인기를 따라 이에 들어가는 AMD 프로세서 부품 수요가 급증한 한편 AMD가 앞서 출시한 차세대 CPU '라이젠 5000시리즈' 매출 강세가 예상되는 등 4분기 실적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아날로그디바이스에 대해서도 목표 주가를 기존 156달러에서 169달러로 올렸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아날로그 반도체 칩은 소리와 압력 등을 전자신호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최근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부문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ON반도체에 대해서도 '매수'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 주가를 기존 27달러에서 36달러로 상향했다. ON반도체는 에너지 절약형 고효율 반도체 전문회사로 친환경 산업과 관련해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차세대 자동차와 데이터센터, 5G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뉴욕증시 상장기업인 네덜란드반도체 회사 NXP반도체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냈다. 목표주가는 기존 152달러에서 160달러로 올렸지만 경쟁력을 문제 삼아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NXP반도체는 전기차 시대를 맞아 성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지만 경쟁사인 인피니온이 최근 사이프러스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빠른 속도로 기술력과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평가다.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대형 인수합병(M&A) 소식으로 한 차례 지각 변동을 시작한 바 있다. 그래픽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인수, 아날로그반도체 부문 아날로그디바이스의 경쟁사 맥심 인터그레이티드 인수, 컴퓨터프로세서 업체 AMD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전문 기업 자일링스 인수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올해 50%뛰었다. 15일 기준 전날보다 1.41%오른 2774.80를 기록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해당 지수는 앞으로 12개월 실적에 근거한 월가 전망 대비 24배 높은 수준이고 최근 5년간 평균치보다 16배 높은 수준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인텔과 AMD, 마이크론,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 16개 기업 주가를 묶은 시세 지표다.
연말 세계 각 국은 코로나19 사태 탓에 방역 제한 강화를 저울질하고 있지만 반도체 시장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AMD와 퀄컴, 애플, 엔비디아 등에 프로세서·그래픽 칩셋을 공급하는 대만 TSMC는 최근 이사회에서 5나노·7나노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다만 실제 공정에 들어가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려 당분간 공급이 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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