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스파링 가장 학교폭력에 고교 1년생 18일째 의식 불명
입력 2020-12-16 11:10  | 수정 2020-12-17 11:36

인천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동급생 2명으로부터 스파링을 가장한 학교폭력을 당해 18일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피해 학생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 올린 이 사연은 공식 청원 하루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은 가해 학생 2명을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16일 청와대 국민청원홈페이지에 따르면 피해 학생의 부모라고 밝힌 청원인은 지난 14일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청원글을 올렸다.
청원글에 따르면 고교 1학년인 아들은 지난달 28일 동급생들로부터 학교 폭력을 당해 의식 없이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청원인은 "11월 28일 오후 4시께 집에 없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친구가 할 얘기가 있다고 불렀다. 금방들어갈게요'라고 했다"면서 "아들 목소리는 매우 어둡고 숨이 차오르는 듯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그날 오후 6시 넘어 가해학생중 한명이 청원인 딸에게 문자로 '니네 오빠 나하고 스파링하다 맞아서 기절했어'라고 알려왔다. 청원인은 현장에서 축 늘어진 상태로 숨을 고르게 내쉬지 못하고 빛에도 동공이 반응하지 않는 아들을 발견했다. 119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한 뒤 5시간이 넘는 응급수술을 했지만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청원인은 "아들이 기절했다고 인지한 가해학생들은 119를 부르지 않고 장난치고 놀다 한참이 지나도 일어나지 않자 물을 뿌리고 이리저리 차가운 바닥에 끌고 다녔다"면서 "119를 부를 생각도 않고 왜 그랬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A군(16) 등 동급생 2명을 중상해 혐의로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내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서 피해 학생에게 머리 보호대를 쓰게한 뒤 2시간 40분 가량 번갈아 가며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스파링을 하다 발생한 사고"라면서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학생은 외상성경막하출혈(뇌혈관 파열), 간대성 발작(대발작), 치아 4개 골절 진단을 받고 18일째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청원인은 "우리 아들은 키가 180이 넘지만 몸무게가 56kg 밖에 안되는 겁많고 몸이 약한 아이"라면서 "운동을 하는 아이도 아니고, 복싱도 할줄 모르는 아이가 스파링이 가능했겠느냐"고 했다.
그는 "우리아들은 깨어나도 온전하게 일반인처럼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거라는 예후가 더 많이 보인다"면서 "기적이 일어나 우리 아들이 깨어나고,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게 국민여러분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청원글은 이날 오전 22만 여명이 동의하며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어섰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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