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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스물] `영끌`로 주식투자한 20대들 "의외로 수익률은 신통치 않네…"
입력 2020-12-16 10:28  | 수정 2020-12-23 10:36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에 일일 강연을 갔다가 두번 놀랐다. 주식투자를 하는 학생의 비율이 한반에 90%로 작년에 비해 크게 늘어서 놀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 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고 있는 학생은 손 들어보라는 질문에 네다섯명만 손을 들어서 놀랐다. 그는 "금융공부를 한 대학생들이라고 하더라도 손실볼 때 빨리 손절하지 못하고 이익볼 때 오래 보유하지 못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을 답습한다면 주식에서 돈을 벌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자기계발에 몰두하던 20대들이 코로나19 충격을 계기로 주식투자에 대거 뛰어들었지만 막상 수익률은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NH투자증권이 올해 10월까지의 20대 고객들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20대의 올해 수익률(10월말 기준)은 -1.17%였다. 하락장에서 새로 진입한 신규계좌 수익률은 6.9%임을 감안하더라도 지수보다는 낮았다. 연초 대비로 볼 때 30대 수익률은 0.5%, 40대는 6.1%였다. 60대 이상의 고객들이 6.4%인 점을 비교하면 공격적인 투자를 할법한 20대들이 상승장에서 오히려 고령자보다 못한 수익률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펀드 같은 간접투자를 외면하고 직접투자에 뛰어드는 것이 20대 주식투자의 트렌드지만 국내액티브펀드의 10월말 기준 연초 대비 수익률이 5.3%(에프앤가이드 기준)에 비하면 직접투자의 수익률은 초라한 것이다.
편득현 NH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부장은 "미국 대선 불확실성이 남아있는 10월말 기준이라 수익률이 낮게 나온 감이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경험이나 자금력 측면에서 20대가 다른 세대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20대들은 주식 투자를 주택 구매의 마지막 남은 사다리로 보고 있고 과거 고금리 시대 때 장기주택마련저축에 차곡차곡 적금을 넣듯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예금이자가 연 1% 미만이니 오히려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배당주에 투자하자는 게 20대들의 주식 재테크다.
경북대 재학 중인 신정빈(24)씨는 "주변 친구들이 다들 주식투자를 하고 있고 대기업에 나와서도 계속 부동산 공부를 하는 선배들도 있다"며 "아무래도 집값이 너무 빨리 오르다보니 뭐라도 해야 하겠다는 불안감이 주식 투자를 부추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큰 돈을 벌었다는 얘기는 가끔 들리지만 주변을 보면 오히려 돈을 잃은 경우를 많이 보는 것 같다"면서 "자본이 작으니 아무래도 위험성이 큰 투자나 단타 위주로 접근하게 되고 기관들에 비해 정보 격차도 있다보니 학생들이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은 듯 보인다"고 말했다.
올 3월 참가신청을 받은 한국투자뱅키스 대학생 모의투자1회 대회에선 3700여명이 참가신청을 했는데 9월 참가신청을 받은 2회 대회에는 반년새 참가인원이 두 배로 늘었다. 인스타그램에는 '#주식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로 26만건의 글이 올라오는 등 SNS를 통해 투자수익을 공개하고 부러움과 격려를 받는 과정에서 20대 주식 투자가 더욱 늘어났다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주로 자금력이 있는 30대 이상이 차지했던 재테크 인터넷 까페들은 '대학생 주린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조언을 구하는 글이 자주 올라온다. 과거엔 대학 내 투자동아리에서 주식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비대면 수업으로 대학 등교를 하지 않게 되자 투자 조언도 비대면, 온라인으로 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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