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핫이슈] `조두순 자경단` 자처하며 돈벌이에만 골몰하는 유튜버들
입력 2020-12-16 09:50  | 수정 2020-12-23 10:06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한 지난 12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교도소와 거주지 앞에 모여든 시민들을 보며 아직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려는 정서와 사회 정의가 살아있다고 잠시 생각했다. 그러나 곧 자극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 중 상당수가 순수 시민이 아닌 조두순에 대한 공분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유튜버들이라는 게 드러났다.
이들은 호송 차량 위에 올라가 쿵쿵 뛰는가 하면 조두순 집에 음식을 배달시키고 이를 촬영하거나 가스배관을 타고 벽을 오르는 등 엽기적인 행동을 하면서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며칠째 집앞에 진을 치고 배달 음식을 먹고 쓰레기를 투기할 뿐 아니라 서로 욕설과 싸움을 하며 소란을 야기하는 등 저열한 행태도 일삼고 있다. 조두순 집앞이 돈벌이 유튜버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범죄에 비해 낮은 형량을 받은 조두순을 자신들이 직접 응징하고 복수하겠다며 '자경단'을 자처하고 나선 것. 그러나 카메라를 켜고 "구독을 많이 눌러주시면 조두순 집에 쳐들어가서 끌고 나오겠다"며 시청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것을 보면 실상은 구독률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주거지 관련 영상물을 무차별적으로 송출하면서 주민들의 모습이 그대로 노출되는 등 사생활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오죽하면 "조두순 보다 유튜버가 더 무섭다"고 주민들이 하소연이 쏟아지겠는가.

조두순 집 앞에 몰려 서성거리는 유튜버들은 조두순이 8살 나영이에게 저지른 극악무도한 폭력에는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유튜버들은 1인 미디어를 자처하지만 단지 조두순이라는 '괴물'을 영상에 담아 한건 올리려는 목표 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공분을 빙자해 자신들의 잇속만 차리고 있는 것이다.
구독자 수를 늘리고 돈을 벌기위해서 물불 안가리는 유튜버들의 모습은 SNS시대의 폐해가 아닐 수 없다. 조두순의 만행에 분노했다면 집 앞으로 몰려가 영상 찍기에 몰두하기보다는 성폭력법이 왜 '징역 12년'에 불과한 가벼운 형량을 받아 벌써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2009년 9월 대법원이 조두순에게 징역 12년 형을 확정했을 때 저지른 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 최대 무기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는 성폭력처벌법이 개정됐는데도, 검찰이 형법상 강간상해 혐의로 조두순을 기소한 것 부터 단추가 잘 못 끼워졌다. 게다가 법원은 주취감경, 심신미약 등을 받아들여 단일사건 유기징역 상한인 15년형에서 3년을 감형한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항소도 하지않았다. 이후 법 적용이 잘못됐다는 논란이 커지자 검찰은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을 감찰해 '주의 처분'만 내렸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한데 대해서는 잘못이었다고 시인했지만 당시 공판 검사는 징계도 받지않았다.
유튜버들이 조두순 집앞에서 사적 복수 운운하는 것은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며 주민 피해만 초래하는 '조회수 장사'를 당장 멈춰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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