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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앤트레터] 돈 흐르는 곳마다 여길 통한다…`스퀘어`는 금융의 미래
입력 2020-12-16 08:21  | 수정 2020-12-16 08:45
스퀘어 결제단말기를 통해 결제를 하는 모습 [출처=squareup.com]
'소비, 투자'
돈은 주로 이 두 가지 순환고리 안에서 움직입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이런 활동을 돕는 과정에서 '송금'이 발생하죠. 이렇게 돈의 3가지 흐름, 소비(Spending), 투자(Investing), 송금(Sending) 생태계를 장악해 가는 '스퀘어'(Square)라는 미국의 핀테크 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 눈을 뜨게 된 계기는 영수증.
주로 동네 상점 등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곳에서 돈을 쓸때 마다 저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메일로 영수증이 수신됐기 때문입니다.

상점 점원에게 "영수증 안주나요"라고 했다가 무안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이메일로 이미 가 있을텐데요?"
처음에는 '이 가맹점 회원 등록을 한 이메일로 영수증이 발송됐구나'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건 제 착각이었습니다.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상점에서 결제를 했는데도, 제 이메일로 영수증이 와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스퀘어라는 결제플랫폼을 통해 이메일로 발송이 완료된 것이었죠.
스퀘어를 통해 자동으로 발송된 영수증 [박용범 특파원]
제 신용카드와 이메일 정보를 갖고 있는 스퀘어가 신용카드 결제 즉시 영수증을 이메일로 보낸 것이었습니다.
뭐 그리 대단한 서비스는 아닙니다.
대형 가맹점에서는 이미 일상화된 지 10년 이상 된 서비스이니까요.
하지만 스퀘어는 같은 가맹점이 아닌 곳까지 이렇게 광범위하게 통합 결제 솔류션을 제공한다는 작은 차이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관심이 생겨, 뉴저지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 씨에게 여쭤봤습니다.
이분은 제 질문에 침이 마르도록 스퀘어를 칭찬하기 시작했죠.
A씨는 "예전에 쓰던 POS단말기는 에러가 생기면 사람이 직접 와야했고, 수리도 늦었다"며 "스퀘어 터미널은 아이패드만 연결하면 사용이 가능하고, 각종 매출, 재고관리까지 너무나 편리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품 주문, 고객 예약 관리 등도 가능한데, 숨은 비용(Hidden Costs)가 없어 만족한다"고 하더군요.
스퀘어 로고
세상에 공짜는 없는 셈이죠.
스퀘어는 이렇게 해서 가맹점 현금흐름을 손바닥 보듯이 보게 됩니다.
A씨는 "스퀘어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급전이 필요할 때 대출을 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며 "은행 대출보다 금리가 훨씬 비싸 아주 급한 때가 아니면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스퀘어가 초기에 보급한 것은 엄지손가락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납작한 신용카드 리더기였습니다. 3.5mm 크기의 모바일폰 오디오잭 부분에 꽂아서 쓰는 방식입니다. 지금 보면 구닥다리처럼 보이죠. 하지만 여전히 종이 기반 개인 수표를 쓰는 미국에서는 나름 시대를 앞서간 서비스였습니다.
여전히 스퀘어라고 하면 이 리더기를 떠오르는 분이 많다고 합니다.
스퀘어 모바일 결제리더기 [출처=squareup.com]
스퀘어는 ▲판매자(Seller) 사업 ▲캐시앱 사업 등 크게 두 가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이 판매자 사업 내용입니다.
간편 결제, POS(Point- Of-Sales) 시스템, 주문·예약 관리, 급여 관리, 금융조달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판매자 사업과 캐시업 사업으로 나눠진 스퀘어 사업구조 [출처=squareup.com]
스퀘어가 최근 더 주목받는 것은 이것보다 2015년 출시한 '캐시앱'(옛 이름은 스퀘어캐시였죠.)이라는 전자지갑 서비스 때문입니다. 개인용 모바일 결제시장에 진입하며 소상공인 결제플랫폼 위주 사업에서 한층 더 기업가치를 높였습니다.
캐시앱은 미국에서 3000만명 이상이 쓰고 있으며, 월 평균 15번 이상 거래가 있을 정도로 살아있는 서비스입니다.
페이팔(PayPal) 활성이용자 수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절대 얕잡아 볼 회사가 아닙니다.
스퀘어 시가총액은 992억 달러로, 페이팔(2596억 달러) 대비 약 40%에 달하고 있습니다.
스퀘어 주가는 연초 63.83달러에서 219.99달러(15일 종가 기준)로 3배 이상 올랐지만, 페이팔은 같은 기간 110.75달러에서 221.60달러로 2배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연초 대비 3배 이상 오른 스퀘어 주가와 2배 오른 페이팔 주가 [출처=구글]
스퀘어의 최대 강점은 민첩성이라고 봅니다.
강한 추진력으로 기존 금융권의 공룡들이 시도하지 못했던 일들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입니다. 스퀘어는 캐시앱에 선도적으로 비트코인 결제 기능을 연계했기 때문입니다. 스퀘어가 도매상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여 이를 사용자들이 결제수단으로 쓸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스퀘어는 2018년 1월에 캐시앱을 통해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암호화폐 사업에 자신감을 갖게 된 스퀘어는 2020년 10월 전체 자산의 약 1%에 해당하는 5000만 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을 사들였습니다. 미래에 어디서나 쓸 수 있는 화폐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스퀘어가 '다윗'이라면 페이팔이라는 '골리앗'은 지난 10월에서야 이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결제시장에서 비자, 마스터 등이 할아버지라면 페이팔은 중년의 가장, 스퀘어는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 같은 느낌이 듭니다.
스퀘어는 '배달의 민족'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던 캐비어(Caviar)를 2014년 8월 인수했죠. 캐비어를 통해 배달 생태계를 결제 서비스와 연계하는 경험을 약 4년 반 쌓았습니다. 2019년 1월 도어대시(DoorDash)에 이를 매각했습니다.
전자제품 유통체인인 베스트바이에서 판매 중인 스퀘어 결제단말기 모습. 뉴욕 맨하튼 첼시인근 베스트바이 매장 내 매대 모습입니다. [박용범 특파원]
실적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거의 매분기 작년의 2배 가까운 실적을 기록 중입니다. 2020년 1분기~3분기 매출은 63억 3861만 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86.4%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8085만 달러 순손실이 발생, 전년동기 대비 5.2배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매출총이익(Gross Profit: 매출-매출원가) 기준으로 판매자 사업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반면, 캐시앱 부문은 계속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2020년 1분기~3분기 기준 캐시앱 사업부분의 매출총이익은 8억 4891만 달러를 기록했죠. 전년 동기대비 170.7%나 증가했습니다. 반면, 판매자 사업부문 매출총이익은 같은 기간 10억 8080만 달러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6.8%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월가에서는 스퀘어 주가가 연초대비 3배나 올랐음에도 아직 절반 이상이 매수 추천을 하고 있습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절반 이상이 매수 의견을 유지 중입니다. [출처=SeekingAlpha]
시장분석 커뮤니티인 '시킹알파'(Seeking Alpha)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42명 중 23명이 매수(54.8%) 의견을, 15명(35.7%)이 중립으로 평가했습니다. 매도 의견은 9.52%에 불과합니다.
스퀘어가 이렇게 급성장한 배경에는 창업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9년 1월 한국을 5년 만에 찾은 잭 도시 트위터, 스퀘어 창업자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모습 [출처=연합뉴스]
스퀘어는 트위터 창업자로 유명한 잭 도시(Jack Dorsey)가 2009년 짐 맥켈비와 함께 창업한 회사입니다. 잭 도시는 친구인 짐 맥켈비가 신용카드 결제 문제로 2000달러 규모 수도꼭지를 판매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간편 결제 서비스 개발에 나섰습니다.
잭 도시는 팬데믹 초기인 지난 4월 스퀘어 주식 1983만 3400주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지분 가치는 당시 주가로는 10억 달러였지만 현재는 43억 5000만달러에 이릅니다.
잭 도시는 당시에 "이 금액은 현재 나의 순자산 중 약 28%에 해당한다"며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는 해당 자금을 어린 여성들의 교육과 건강증진, 기본소득 확충에 쓰겠다"고 말했습니다.
잭 도시는 지금도 트위터는 물론 스퀘어 CEO를 겸직하고 있죠. 잭 도시는 지난해 1월 한국을 방문,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기도 했죠. 잭 도시는 특히 K팝 등 한국 컨텐츠를 활용하는 방안에 큰 관심을 보였었습니다.
트위터와 스퀘어가 어떤 시너지를 낼 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뉴욕 = 박용범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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