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포커스M] 중대재해법 공감하지만…과잉 입법 논란 부담
입력 2020-12-15 19:19  | 수정 2020-12-15 20:37
【 앵커멘트 】
2년 전 김용균 씨 사망 이후, 작업 중 사고로 노동자가 숨지거나 크게 다칠 경우 원청과 사업주의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마련됐습니다.
여야 모두 국회 처리에 공감하지만, 처벌 내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비판에 막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우종환, 김순철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 기자 】
안전모에 마스크와 안경을 쓴 남성 조각상 뒤로 무릎과 팔, 이마까지 모두 땅에 닿는 오체투지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겹쳤지만, 멈추지 않습니다.

▶ 스탠딩 : 우종환 / 기자
- "화력발전소 작업 중 숨진 고 김용균 씨 조각상 뒤로 오체투지 행렬이 따르고 있습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바로 제 뒤로 보이는 국회인데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국회 앞 집회금지 규정으로 경찰에 막히자 참가자들은 국회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현장음)
-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국민의힘! 모두 기업 살인을 방조하려고 하는 겁니까!"

이같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18년 컨베이어 벨트에 껴 숨진 김용균 씨 사망 때부터입니다.


2인 1조 근무 등 기본수칙이 지켜지지 않았지만, 당시 원청인 태안화력은 하청업체에 책임을 넘겼습니다.

▶ 인터뷰 : 김미숙 / 고 김용균 씨 어머니 (지난 2018년 12월)
- "(원청 사람들) 너희는 인간쓰레기, 사람이 아니야 짐승보다 못한 쓰레기들이야. 너희가 사람이라면 그렇게 열악하고 험한 곳에 노동자들을 일 시키지 않았을 거야."

이를 계기로 원청 책임 등을 강화한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사고는 계속됐습니다.

지난달에는 인천 영흥화력 발전소에서 석탄을 화물차에 싣던 심장선 씨가 추락해 숨졌고, 발전소 측은 또다시 하청에 책임을 돌렸습니다.

▶ 인터뷰 : 고 심장선 씨 아들 (지난 2일)
- "(사장이) 발전소의 책임을 하청업체한테 넘기면서 이쪽의 책임을 우리가 몰아주겠으니 그쪽이랑 합의를 보고 따지라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원청의 압박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통계만 봐도 원청이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결국, 원청과 사업주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잇따라 발의됐고, 국회에서는 지난 11일부터 법 제정을 촉구하는 단식 농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미숙 / 고 김용균 씨 어머니
- "이달 회기 내에 법 통과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내년 되면 선거도 있고 또 무슨 일이 터지면 물 건너가는 게 아닌가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니까…."

▶ 스탠딩 : 우종환 / 기자
-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요구가 국회 문턱까지 이르렀지만, 이들의 목소리, 과연 국회 안까지 잘 전달되고 있을까요?"

▶ 스탠딩 : 김순철 / 기자
- "이렇게 법안 발의를 끝낸 여야는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숙제를 안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은 산재 사망 사고 시 경영자 등을 처벌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우는 게 핵심입니다.

일부 차이가 있지만,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했습니다.

거센 여론에 여야 정치권이 법안 처리에 공감했지만, 과잉 입법 논란이 부담입니다.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건 민주당 법안에 담긴 '인과관계의 추정'입니다.

산재 사망 사고가 났을 때 사업주가 '위험 방지' 의무를 5년간 3차례 위반한 사실이 발견된다면, 사고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추정만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겁니다.

또한,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장 등까지도 처벌 대상에 오릅니다.

▶ 인터뷰 : 이상호 /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
- "이 법이 통과되면 영세사업자부터 대기업까지 어마어마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한국 경제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MBN이 입수한 국회입법조사처의 검토보고서에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인과관계 추정'의 경우 헌법의 무죄 추정의 원칙과 충돌할 수 있고, 기업보다 개인 사업주의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삭제하고 처벌 대상에 영세업자 등을 뺀 수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 통과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 스탠딩 : 김순철 / 기자
- "신속한 중대재해법 처리도 중요하지만, 법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포커스M이었습니다." [ugiza@mbn.co.kr ] [liberty@mbn.co.kr]

영상취재 : 김준모·김현우 기자
영상편집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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