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美행동주의펀드 "LG 계열분리 반대"
입력 2020-12-15 18:05  | 수정 2020-12-15 20:05
지난 9일 여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감사위원 이사 분리 선임·3%룰' 등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재계에서는 해외 투기자본 공격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실제 미국 행동주의 펀드가 "LG그룹 계열 분리에 대해 반대한다"는 공개 메시지를 던져 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엘리엇매니지먼트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끄는 미국 행동주의펀드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는 "LG그룹의 계열 분리 계획은 소액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서한을 LG그룹에 보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그룹 관계자는 "LG상사 등 계열 분리가 완료되고 전자·화학·통신 같은 주력 산업의 성장 전략이 구체화하면 주주 가치 디스카운트 우려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트박스는 LG그룹 지주사인 (주)LG 지분을 지난 3년간 약 1% 보유한 소액주주다. 하지만 소수 주주권이 부쩍 강화된 개정 상법이 조만간 효력을 나타내면 이 같은 소액주주 공격이 빈발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화이트박스는 "명백히 더 좋은 대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우리 관점에서 볼 때 가족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를 희생시키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LG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이유로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이어 "동종 기업 중 가장 훌륭한 기업 지배구조를 갖춘 것으로 평판이 난 '한국의 신사' LG까지 소액주주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계획을 제안했다"며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화이트박스는 운용 자산이 55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주)LG 지분 약 1%는 이날 종가 기준 1346억원 규모다.

지분율만 놓고 보면 LG그룹 경영권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해야 정상이다. LG그룹도 대외적으로 "주력 산업 성장전략으로 말할 것"이라는 원론적 반응만 내놓을 뿐이다.
문제는 개정 상법이다. 상법 개정안은 지난 9일 국회 통과 이후 정부에 이송된 뒤 15일 이내에 공포되면 효력이 즉시 발생한다.
(주)LG 최대주주 등 지분율은 9월 말 현재 46.07%에 달하지만 개정 상법이 발효되면 감사위원인 이사 분리 선임 때 의결권은 25.68%로 거의 반 토막 난다. 개정 상법이 사외이사 감사위원 분리 선임 때 개별 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LG 지배구조는 개정 상법에도 상대적으로 견고한 구조로 짜여 있지만 다른 대부분 그룹은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우람 기자 / 김제관 기자 / 이종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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