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페·애슬레저 흥행에 영원무역 질주
입력 2020-12-15 15:56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영원무역(회장 성기학)이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상반기까지만 해도 의류 수요 급감에 글로벌 셧다운이 겹쳐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사업 실적이 역성장했지만 3분기에 누적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기록했다. 영원무역 계열사 영원아웃도어가 운영하는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리딩 브랜드로서 자리를 굳히며 패션업계 불황에 맞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영원무역이 노스페이스의 활약과 OEM 부문의 회복에 힘입어 올해 실적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는 자사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브랜드가치 평가사인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20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전년 대비 6계단 상승한 52위에 올랐다고 15일 밝혔다. 노스페이스는 의류·패션 브랜드 중 유일하게 100대 브랜드에 포함되며 8년 연속 업계 1위 자리를 지켰다.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는 총 230여 개 부문의 대표 브랜드 1000여 대상으로 브랜드지수와 소비자지수를 결합해 순위를 평가한다. 브랜드스탁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브랜드 등락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8년 연속 업계 1위 자리를 고수했다는 것은 대단한 성과"라고 말했다. 노스페이스는 이외에도 올해 '2020 국가브랜드경쟁력지수'에서 아웃도어 부문 13년 연속 1위를 달성했으며 '2020 대한민국 브랜드스타'와 '2020 국가고객만족도'에서 각각 아웃도어 부문 7년 연속 1위에 올랐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1997년 국내 론칭 이후 제품 혁신을 통해 소비자 니즈와 트렌드를 반영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왔다. 또 윤리적 다운 인증(RDS) 도입, 친환경 인공충전재 개발, 전 제품에 대한 퍼 프리(FUR FREE) 적용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패션을 실천해 왔다. 영원아웃도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제품 혁신과 자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들을 이어왔다"며 "'멈추지 않는 탐험'이라는 브랜드 철학 아래 리딩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가을·겨울(F/W) 시즌에도 노스페이스는 '가치 소비'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새로운 아이템들을 잇달아 선보였다. '친환경 뽀글이'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에코 플리스 컬렉션'은 지난 9월 선보인 1차 물량에 약 1080만개의 페트병을 재활용 했다. 이는 전년 전체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준으로 친환경 공정을 통해 에너지 절약과 온실가스 배출 저감에도 기여했다. 이번 시즌에는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비롯해 의류, 신발, 가방 및 용품 등 100개가 넘는 제품에 페트병 리사이클링 소재를 적용했다. 또 다운(DOWN)을 대체하고 페트병 재활용에도 기여하는 친환경 인공충전재(에코 티볼, 에코 브이모션), 자연에서 생분해 되는 소재 및 제품을 선보였다.

MZ세대(밀레니얼+제트세대)의 소비 트렌드를 만족시키는 제품도 다양하게 출시했다. 원색 몸판과 대비되는 검정의 어깨 배색과 절개 및 볼륨감 넘치는 고유의 헤리티지 디자인이 특징인 '눕시 재킷'은 리사이클링 소재를 더한 '에코 눕시 재킷'으로 거듭났다. 친환경 슈즈 '헥사 네오'는 100% 리사이클링 메시와 리사이클링 가죽에 자연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메리노 울 안창(인솔)을 적용했다. 이밖에도 신발 구매 고객에게 천 소재의 다회용 '슈즈백'을 제공하고 자연에서 생분해가 가능한 천연 울 소재의 안창(인솔)을 신발 제품에 확대 적용해가고 있다. 노스페이스 브랜드 1개만을 단독 운영하는 영원아웃도어의 지난해 매출은 4100억 원으로 영원무역 매출(2조7380억 원)의 15%를 차지했다.
영원무역은 OEM을 통해 노스페이스, 아디다스, 파나고니아, 룰루레몬 등의 글로벌 유명 브랜드 제품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 요가복 브랜드 룰루레몬은 올해 '애슬레저' 바람에 힘 입어 3분기(8~10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11억2000만달러(약 1조2200억 원)를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 OEM 매출의 약 절반 가량이 상위 4~5개 브랜드에서 발생한다. 영원무역의 3분기 OEM 매출액은 46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었다. 직전분기와 비교하면 78%나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690억원에 달했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방글라데시 치타공·다카공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생산 기지의 효율성 증대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며 "치타공공장은 고용을 10만명까지 늘리고 치타공시를 섬유패션 특화 도시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영원무역이 지분 50.01%를 보유한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스캇(SCOTT)'의 성장도 실적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자전거는 올해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며 안전한 대체 교통수단으로 지목돼 글로벌 시장에서 수요가 급장했다. 영원무역은 계열사 '스캇 노스 아시아'를 통해 유통 사업을 운영중이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3분기 이후 OEM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면서도 "4분기 미국에서 다시 셧다운을 실시한 것과 지속된 환율하락은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심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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