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스크 한 번만, 엄마 소원이야" 날마다 마스크 전쟁치르는 발달장애인 부모
입력 2020-12-14 19:30  | 수정 2020-12-14 20:43
【 앵커멘트 】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쓰는 게 우리 일상이 됐지만, 마스크를 쓰는 게 누구보다 괴로운 이들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입을 보고 대화를 해야하는 청각장애인은 물론이고, 마스크의 촉감을 견딜 수 없는 발달장애인들이 그들인데요.
돌봄센터에 가는 발달장애인의 부모는 날마다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김종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기자 】
청각장애인 이미경 씨가 커피를 사려고 카페에 들렀습니다.

(현장음) 유자차랑 아메리카노 주세요.

마스크를 쓰기 전에는 직원의 입모양을 보고 대화가 가능했지만, 이제 손으로 쓴 메모를 수차례 주고 받으며 음료를 주문해야 합니다.


이런 불편은 편의점에 갈 때나, 관공서에 갈 때처럼 일상적으로 일어났고,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는 더 소외됐습니다.

▶ 인터뷰 : 이미경 / 청각장애인
- "동사무소에 갔을 때, 필요한 걸 물어보시는데 마스크를 쓰고 말로만 하시니까 글로 써달라고 하니까 대충해 주시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마스크를 쓰면 호흡이 가빠지고 마스크의 촉감을 견딜 수 없는 발달장애인은 학습센터에 가는 아침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현장음) 마스크 한 번만 한 번만. 딱 한 번만 쓰자 우리 효정이 엄마 소원이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단 생각에 버스나 지하철 이용은 꿈도 꿀 수 없고, 사소한 외출도 불가능합니다.

▶ 인터뷰 : 박은애 /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설리번학습지원센터장
- "(마스크를 안 쓰면) 위험하다는 걸 알려 주고 교육을 시키지만 이 친구들이 일상생활에서 지키기에는 어려움이 많이 있어요."

공황장애 환자들은 약을 먹어도 마스크를 끼면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고 호소합니다.

자신이 환자임을 주변에 밝힐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일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 인터뷰 : 공황장애 환자
- "숨이 막히고 호흡이 안 되는 느낌?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 시선 때문에 마스크를 내릴 수가 없어서 화장실 가서 마스크 빼고 쉬다가 일하거나 했었고."

▶ 스탠딩 : 김종민 / 기자
- "취재진이 만난 청각장애인은 관공서 직원들이 이런 투명 마스크를 쓰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코로나 백신을 우선 투약해 주는 것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는데요. 세심한 정책뿐 아니라 나와 다른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이해심이 동반될 때 함께 코로나를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MBN뉴스 김종민입니다."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김회종 기자
영상편집 : 최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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