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세 떠도느니 집사고 보자…서울 인근에 몰렸다
입력 2020-12-14 17:22  | 수정 2020-12-14 18:41
# 내년 상반기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서울 노원구의 A씨(40)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는 대신 '영끌(영혼 끌어모으기)'을 해서라도 주변 아파트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무주택 기간을 늘려 청약가점을 쌓아 보려고 했지만, 말도 안 되는 경쟁률을 보고 접었다"며 "갱신권을 쓰더라도 어차피 2년 더 사는 것에 불과하고, 2년 뒤 전셋값은 지금보다 더 치솟을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근처 중계동 롯데우성아파트 전용면적 115㎡ 전세가 지난 5일 9억5000만원(14층)에 거래됐다. 직전가는 지난달 24일 거래된 6억900만원(1층)인데, 저층과 비교이긴 하지만 2주일여 동안 보증금이 3억원가량 뛴 것이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불리는 서울 외곽 지역마저 전셋값이 10억원에 육박하자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4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는 4452건으로, 이미 10월 거래량(4369건)을 뛰어넘었다. 아직 신고기한(30일)이 절반가량 남아 있는 것을 고려하면 11월 거래량은 더 늘어나 5000건을 넘길 가능성이 크다. 서울 아파트 거래는 3~5월 3000~5600건 수준에서 6월 1만5585건, 7월 1만643건으로 폭증한 뒤 정부의 6·17대책과 7·13대책 등이 나온 뒤인 8월 4979건, 9월 3763건으로 급감했다. 경기도의 11월 거래량도 이미 10월 수준을 넘어섰다.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경기도 아파트 거래는 지난달 1만8013건으로 10월(1만7700건)보다 1.8% 증가했다. 신고기한이 아직 남아 있어 11월 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에서는 지난달 구로구에서 아파트 거래가 366건으로 전달(234건)보다 56.4% 증가해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었다. 이어 강남구 35.8%(215건→292건), 금천구 30.9%(68건→89건), 성북구 17.3%(162건→190건), 도봉구 10.9%(201건→223건) 등 순으로, 외곽 지역이 많았다.
이런 가운데 서울 모든 지역에서 아파트 매수우위지수가 기준선(100)을 넘어섰다. 강북 지역에 이어 강남도 집을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은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한 것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103.8을 기록해 일주일 전(100.4)보다 3.4포인트 상승했다. 매수우위지수는 KB부동산이 서울 지역 협력 부동산중개업체 900여 곳을 대상으로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중 어느 쪽이 많은지를 조사해 산출하는 지수다. 100을 넘으면 매수자가, 100 미만이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은 지난 9월 약 3개월 만에 매수자 우위로 전환했고, 약 3개월간 매도자가 매수자보다 많았다. 지수는 11월 2일 기준 80.3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30일 매도자 우위로 전환한 후 2주 연속 기준선을 웃돌았다.
[김태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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