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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화종화, 코스피行 택했다…주관사 선정 착수
입력 2020-12-14 16:45 
[사진 = 연합뉴스]

상장을 준비 중인 한화종합화학이 고심 끝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내년 하반기 증시 입성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선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기업공개(IPO)를 통해 삼성그룹과의 약속을 지키고 투자 재원도 마련할 방침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국내 증권사 6곳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입찰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곳은 오는 21일까지 제안서를 내야 한다. 한화 측은 22일부터 약 사흘 동안의 프레젠테이션(PT) 심사를 거쳐 주관사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이듬해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상장 행보는 지난 10월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당시 JP모건과 모건스탠리 두 곳을 주관사로 선정한 뒤 그룹 차원에서 행선지를 고심해 왔다. 시장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이 국내 증권사를 뽑기로 한 만큼 내부적인 상장 전략이 '코스피'로 정리된 것이라 보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예비심사 청구, 증권신고서 제출 등의 절차를 국내에서 밟기 위해선 최소 한 곳 이상의 국내 증권사에 대표 주관 업무를 맡겨야 한다"며 "김동관 사장이 미국 시장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여러 여건들을 감안해 코스피 시장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종합화학의 전신은 1974년 설립된 삼성종합화학이다. 삼성그룹 품에 있었으나 지난 2015년 한화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했다. 한화종합화학은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페트병의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생산한다. 롯데케미칼,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 효성화학 등을 제치고 국내 1위 사업자를 줄곧 유지해 왔다. 지난 7월부터는 롯데케미칼에 연산 45만톤 규모의 PTA 공급도 시작했다. 오랜 경쟁사를 고객으로 유치하며 안정된 공급처를 확보한 것이다.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하는 주된 목적은 삼성그룹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다. 삼성그룹은 5년 전 방산·화학 부문을 한화에 넘기며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삼성물산 20.05%, 삼성SDI 4.05%)를 남겨뒀다. 당시 한화 측 인수가액만 2조원에 달해 재무 부담이 컸던 점을 배려한 조치였다. 양측은 '2021년 4월 말까지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하겠다'는 내용을 계약서 상에 포함했다. 해당 기간은 한화 측 요청에 따라 최대 1년(2022년 4월 말)까지 연장 가능하다. 상장이 무산될 경우 삼성그룹은 보유 지분을 일정 금액에 되파는 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의 예상 기업가치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을 펼치는 이들은 성장성과 과거 거래 이력을 감안해 4~5조원 정도를 적정 몸값으로 추산한다. 2년 전 삼성그룹은 보유 중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통매각하기 위해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양 측의 입장 차이로 협상은 결렬됐지만, 당시 약 1조원 수준의 거래가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종합화학 지분 100%를 약 4조원 수준으로 평가한 셈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지닌 풋옵션 행사가격에 따라 달라질 것으라 고 관련된 부문을 확인하는 중"이라며 "기존 주주의 자금회수를 돕기 위한 상장인 만큼 목표 가격을 4조원 이상으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적지 않다. 최근 실적과 동종 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을 고려하면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는 지나치게 높다는 얘기다. 동종 업계 상장사인 태광산업은 코스피에서 PER 8.26배(14일 종가 기준) 정도로 거래되고 있다. 최근 3년간 한화종합화학의 연평균 순이익(4214억원)을 단순 적용 시, 예상 기업가치는 약 3조 5000억원 정도로 추산 가능하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주력 사업의 성장성이 낮아 신사업에 대한 잠재력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어필해야 공모 흥행이 가능할 것"이라 진단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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