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ITC 보톡스 균주 분쟁 최종판결 16일 예정…배터리 소송처럼 연기 가능성도
입력 2020-12-14 09:43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4년여 동안 끌어 온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균주 출처 분쟁의 1차 분수령으로 꼽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의 최종 판결이 사흘 뒤 나올 예정이다.
앞선 예비판결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의를 신청한 대웅제약은 최종 판결이 뒤집힐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지금까지 미 ITC에서 진행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예비판결이 뒤집힌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메디톡스 역시 자사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14일(한국시간) 업계에 따르면 미 ITC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를 만드는 데 사용된 보툴리눔균주가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한 것인지 등을 판단하는 최종판결을 오는 16일(현지시간·한국시간 17일) 내놓을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6일 최종 판결이 나올 예정이었지만, 미 ITC는 선고를 11월 19일과 12월 16일로 두 차례 연기했다.
최종 판결이 또 연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 역시 지난 10일(현지시간) 나올 예정이었지만, ITC는 내년 2월 10일로 두 달을 연기했다.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는 재판부가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의혹을 제기한 LG화학 측 요청을 받아들여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는데도 최종 판결이 세 차례 연기됐다.

최종 판결의 연기 여부와 상관 없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모두 자사의 승리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인다.
나보타의 미국 수입을 10년동안 금지하라는 예비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고 보는 대웅제약은 ITC 재판부가 예비 판결을 내릴 때 메디톡스 측 의견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예비판결문이 공개되자 대웅제약은 "편향과 왜곡의 극치"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쓰며 재판부를 비난했으며, 곧장 이의를 신청했다. 특히 최근에는 새로운 보툴리눔균주를 구매하고 미국 정부의 수출 승인과 한국 정부의 반입 허가를 받았다며, 보툴리눔균주가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메디톡스 역시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ITC에서 진행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예비판결이 뒤집힌 사례가 없는 데다, ITC 산하의 불공적수입조사국(OUII)도 대웅제약이 제기한 이의를 반대한다는 공식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해서다.
양측이 서로 승소를 확신하는 모습을 보이는 배경은 ITC 재판부의 최종 판결이 보툴리눔균주 출처와 관련된 다른 소송과 한국 정부의 조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데 있다. 한국 질병관리청은 세계적으로 소수에 불과한 보툴리눔톡신 제제 제조사들이 한국에서만 잇따라 나오는 데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최근 국내 보툴리눔균주 보유 기업들의 균주 출처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또 한국 법원에서도 보툴리눔균주 출처와 관련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ITC의 최종 판결에 주목하는 이유는 ITC가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데 있다. 증거개시 프로그램은 소송을 신속하게 종결하기 위해 양측이 지정하는 상대 측 자료를 변호인을 대상으로만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특히 ITC 소송 전에 진행되던 소송에서는 시행되지 못했던 염기서열분석 결과도 예비판결의 근거에 포함됐다. 다만 대웅제약 측은 ITC 예비판결의 근거 중 하나로 채택된 염기서열분석 결과가 진실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중이다.
최종 판결이 나온 뒤에도 미국에서의 법정 분쟁은 지속될 수 있다. 패소하는 쪽이 미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이 경우에도 ITC 최종 판결의 효력이 유지된다. 만약 예비판결이 그대로 유지되면 대웅제약 나보타(미국 판매명 주보)의 미국 수입 금지 조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또 소송 비용 부담도 계속 져야 한다. 특히 항소하게 되면 법정 공방의 상대방이 ITC로 바뀌게 돼 소송 비용으로 인한 실적 악화 부담은 최종 판결에서 패하는 쪽에만 지속된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모두 작년 2월 ITC 소송이 제기된 뒤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특히 메디톡스는 작년 4분기부터 4개 분기째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올해 2분기 별도 기준으로 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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