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김기덕 감독, 논란 속 쓸쓸한 죽음...영화계 침묵[MK무비]
입력 2020-12-14 09:11  | 수정 2020-12-14 09:40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김기덕, 한때 화려했지만 ‘성추문으로 얼룩진 감독의 최후는 쓸쓸했다. 영화계는 침묵했고 논란은 여전하다.
김기덕 감독의 사망이 알려진 것은 지난 11일. 외교부는 "이날 오전(현지시간) 고(故) 김기덕(60) 감독이 코로나19 합병증으로 라트비아에서 사망했다"고 알렸다. 이어 제작사 김기덕 필름 측은 가족 확인 결과 외신에서 보도된 김기덕 감독의 사망 소식이 가족들에게도 전달됐다. 관계자들은 물론 유족들 역시 갑작스러운 소식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고(故) 김기덕 감독은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획득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아 동료들이 현지 병원들을 수소문했고 결국 부고 소식이 들렸다. 김 감독 소재 확인은 엄격한 입원 환자 개인 정보 보호 규정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 이후 유족은 한국대사관에 장례를 위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고인의 시신은 라트비아 현지에서 화장한 뒤 이달 중 유골을 국내로 운구될 예정이다.
김 감독의 죽음이 알려진 지 사흘이 지났으나 국내 영화계는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고인은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뒤 관련 주장을 부인한 채, 해외로 무대를 옮겨 독자 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차에 전해진 사망 소식에 대중의 반응이 싸늘하자, 영화계는 공식적인 추모를 내지 않고 말을 아끼고 있다.
오히려 김 감독의 성폭력 의혹을 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영화 ‘기생충 영어 자막을 번역한 달시 파켓은 SNS에 2018년 그의 성폭력 의혹을 다룬 프로그램 방영 후 수업에서 그를 가르치지 않는다. 끔찍한 짓을 저지른 누군가를 기리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적었다.
영국 출신의 평론가 피어스 콘란도 트위터에 김 감독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졌을 때 고인에 대해 나쁘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며 그가 촬영장에서 저지른 끔찍한 행동에 대한 언급 없이 위대한 예술가가 죽은 것에 대해 (대부분 서양에서) 애도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슬펐다. 영화계에 대한 그의 공헌은 결코 잊혀져선 안 되지만, 그의 괴물 같은 성폭력의 희생자들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우성 영화평론가도 사과는 커녕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피해자를 이중으로 괴롭힌 가해자 죽음을 애도할 여유는 없다. 명복을 빌지 않는 것이 윤리”라고 지적했다.
1960년 경상북도 봉화에서 태어난 김기덕 감독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기술을 배우면서 직장에 다녔고, 20세 이후에는 해병대를 지원하여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제대 후에는 신학교를 다니면서 서울에서 살았다.
1996년 ‘악어로 감독으로 데뷔한 뒤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 대문', '섬', '실제상황', '해안선', '나쁜 남자',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사마리아' '빈집', '아리랑', '피에타' 등을 연출했다. 선보이는 작품마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문제작으로 논란을 불렀으나 해외 영화제에서는 한국의 천재 감독으로 칭송 받았다.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사마리아'로 감독상인 은곰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에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2011년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아리랑'으로 주목할만한시선상을, 201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수상한 유일한 한국 감독이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미투 논란에 휩싸이며 감독 인생의 직격타를 맞았다. 김기덕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 A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도중 김 감독으로부터 성관계는 물론 시나리오에 없는 베드신 촬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 2017년 8월 감독을 폭행 및 강요 등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관련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고, 뺨을 때린 혐의(폭행)에 대해서는 벌금 500만원에 그를 약식기소했다.
이 가운데 PD 수첩은 배우 조재현과 김기덕 감독의 성추행 혐의 등을 다룬 ‘거장의 민낯 편과 ‘거장의 민낯 그 후를 방송했고, 김기덕 감독은 PD수첩은 물론 피해를 주장하는 A 씨를 비롯한 방송에 출연한 여배우 2명을 고소,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감독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고 소송비용 역시 (김 감독이)부담토록 판결했다.
논란 후 김 감독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등에서 활동해왔다. 지난해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역임했고, 올해는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로 신작 '디졸브'를 현지 배우들과 함께 작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