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명품 사면서 제일 싼 라면 찾아 사먹는 `코로나 세대`
입력 2020-12-12 20:31  | 수정 2020-12-12 22:14
[사진 제공=신세계백화점]

# 김민희(가명) 씨는 최근 큰 마음을 먹고 백화점에서 80만원대 고가 책상을 구매했다. 직장에서 사용하는 것과 같이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근무용 책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에서 일하는 시간이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라면은 늘 네이버쇼핑에서 10원 단위까지 꼼꼼해 비교해본 뒤 최저가로 고른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야누스 소비'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야누스 소비는 소득 수준보다 높거나 낮은 소비를 동시에 하는 것을 뜻한다. 불황으로 인한 주머니 사정에 생필품은 저가로 구매하고, 나를 위한 소비에는 과감히 투자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3~11월 프리미엄 오피스 가구 매출은 전년 동기간대비 50% 증가했다. 대표 고가 가구 브랜드 '허먼밀러'의 의자는 개당 150~200만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홈피스(홈+오피스) 가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명품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에서 해외 유명브랜드가 차지한 비중은 34.4%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월(24.9%)보다 10%포인트 가량 많은 규모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여윳돈을 명품이나 고가 해외 패션 등에 쓴 것으로 보인다.
민생라면. [사진 제공=이마트24]
반면 생필품에서는 저가 제품이 강세를 보였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올해 6~11월 초저가 자체 브랜드(PB) '민생' 관련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간대비 190% 증가했다. 봉지당 390원 '민생라면'과 '민생3겹 화장지(30롤)'는 각각 카테고리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실제 미래생활이 모바일 조사기관 오픈서베이를 통해 최근 3개월 이내 두루마리 화장지 구매고객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26.4%가 화장지 구매기준으로 '가성비 좋은 제품'을 선택해 1위를 차지했다.
화장품에서도 야누스 소비 성향이 나타났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올영세일'에서 원플러스원(1+1)과 추가 증정 등으로 구성된 기획 상품 매출은 전년대비 32% 증가했다. 이와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 매출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높은 가격에 구매를 망설였던 고가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보상을 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라며 "가성비와 프리미엄 제품 모두 확실한 만족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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