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 떠나 대학가는 신입생을 위한 `살 곳 찾기` 안내서
입력 2020-12-12 13:03  | 수정 2020-12-19 13:06

[스물스물]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대학에 합격하면 현실적인 문제가 밀려든다. 고향의 본가를 떠나 타지에서 유학하는 신입생들에게 닥치는 첫 번째 문제는 거처(居處)다. 지방에서 상경하는 학생들의 고민은 더 깊다.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었던 서울 지역 부동산 가격을 실감하게 된다.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이 생각만으로도 막막함이 밀려오는 대학 신입생들을 위한 몇 가지 선택지를 소개한다.
◆ 대학 기숙사
대학 기숙사에서 거주하는 최대 장점은 학교와의 접근성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대면강의가 제한되고는 있지만 학교를 방문해야 하는 일정이 있을 때면 캠퍼스 내에서 지내는 장점을 실감할 것이다(그래도 9시 수업은 힘들 수 있다).
입주가 편리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별도로 가구를 구입해야 할 일도,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 일도 없다. 그저 대학 기숙사 홈페이지를 통해 정해진 기간 내에 입사 신청서만 제출하면 된다. 아침 식사를 꼭 챙겨 먹어야 하는 학생이라면 기숙사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 이밖에도 기숙사 건물 내에 매점, 체육시설, 독서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생활비도 저렴한 편이다. 기숙사비는 신축 건물일수록, 1인실에 가까울수록 높다.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소재 대학들의 평균 기숙사비(식비 제외)는 월 27만7700원이다. 1인실은 월 39만5100원, 2인실은 27만5700원, 3인실은 22만6500원, 4인실 이상은 21만3800원 등으로 집계됐다. 실제 가격은 대학마다 다르다. 대략 1인실은 40~70만원, 2인실 40~60만원, 3인실 30~40만원, 4인실 20~30만원선 등으로 가격이 형성됐다고 보면 된다.
대학 기숙사 입사를 희망한다고 모두가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입사 경쟁률은 대학마다, 기숙사 건물마다 다르다. 서울 소재 대학들의 기숙사의 경우 입사 경쟁률은 1대1.3에서 1대1.9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대학들은 비서울 출신 학생들에게 기숙사 입사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출신 고등학교 소재지가 서울이 아닌 경우, 학생 보호자가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 등에 선발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학기마다 방을 옮겨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다. 보통 대학 기숙사는 6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가구 등이 모두 갖춰진 방에서 지내는 동안 이삿짐이 얼마나 늘어날까 싶겠냐마는 학기마다 짐을 옮기는 게 의외로 번거롭다.
다인실에서 지낸다면 룸메이트 리스크도 있다. 다행히 자신과 생활 습관이 잘 맞는 룸메이트와 지낸다면 불편함이 없겠지만 잠자는 시간도, 일어나는 시간도, 방에 머무는 시간도 어느 하나 맞지 않는 룸메이트와 6개월간 지낸다면 이보다 불편한 일은 없다.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불쑥 든다. 전등은 몇 시 되면 끄기, 통화는 방 밖에서 하기 등 규칙을 정하겠지만 이미 20년 가까이 자신만의 습관을 굳히며 살아온 이들이기에 조율이 쉽진 않다.
◆ 하숙
처음부터 하숙집을 알아보는 사람은 드물다. 대학 기숙사에 입사 신청서를 냈으나 떨어졌거나, 원룸에서 자취하기엔 월세와 생활비가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하숙집을 찾는다.
기숙사만큼은 아니지만 하숙집들이 대부분 대학가에 있기 때문에 학교와 접근성이 뛰어나다. 1인실을 사용할 수 있다. 방은 혼자 사용하지만 거실을 다른 하숙생들과 공유하며 사용할 수 있다. 아침·저녁으로 식사도 제때 챙겨 먹을 수 있다. 침대, 책상 등 생활에 필요한 기본 가구가 갖춰져 있어 몸만 들어가면 된다. 호스트와 하우스메이트를 잘 만난다면 대학 생활 동안 좋은 인연을 남길 수도 있다. 통금 시간은 없다.
하숙비는 월 50만원 내외다. 인터넷, 식비, 전기, 수도, 가스 등 요금이 포함된 가격이다.
하숙의 단점은 집 구조에서 비롯한다. 하숙은 일반 주택의 방을 나눠서 쓰는 형태다. 신축 건물이 아닌 이상 벽간 소음에 다소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옆방 하우스메이트가 무슨 노래를 즐겨 듣는지, 누구와 자주 통화하는지 벽 너머 소리로 알 수 있게 된다. 2인실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개인 생활이 보장되지만 약간의 제약이 따르는 셈이다.
아침 시간 화장실 사용도 불편할 수 있다. 화장실이 2개 딸린 하숙집이라면 그나마 지낼 만하겠지만 대개는 화장실 하나를 두고 여러 명이 나눠 쓰는 형태다. 샤워실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화장실 이용 희망자가 몰리는 시간엔 '병목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하숙집 입주를 희망하는 학생은 대학 홈페이지,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하숙집 정보를 알아보거나 직접 대학가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면 된다.
◆ 향토학사
몇몇 광역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는 장학회 또는 인재육성재단 등을 통해 기숙사 운영을 지원하며 지역 출신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가격은 월 18만원 내외다. 아침, 점심, 저녁 3끼 식사가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식재료는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유통해 사용하기에 음식 맛도 뛰어난 편이다. 서울에서 기본적인 숙식을 월 20만원 미만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향토학사 입사만으로도 장학금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장학금 기회가 폭넓게 열려 있다. 지역인 출신이 주축이 된 기업과 장학재단이 장학생을 모집하고자 할 때 향토학사는 장학생 모집 공고의 주요한 창구로 여겨진다. 등록금, 생활비, 학업 장려금, 해외 교환학생 학비 등 여러 명목의 장학금 공고가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향토학사 재사생을 대상으로 한 공고라 대학에서 진행하는 장학생 모집 공고보다는 경쟁률이 낮다.
상대적으로 엄격한 생활 규율은 단점으로 꼽힌다. 통금 시간이 정해져 있고, 밤늦게 들어오는 경우엔 벌점을 받는다. 주기적으로 방 청소 상태를 검사 받기도 한다. 가스버너 등 반입 금지 물품을 가지고 있거나, 바퀴벌레가 나올 만큼 청결 상태가 엉망인 경우 벌점을 매긴다. 벌점이 쌓이면 다음 해 재사생을 선발할 때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방은 기본적으로 2인실 구조다. 어느 룸메이트와 지내느냐에 따라 생활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1년 단위로 방을 옮겨야 한다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한 학기 단위로 방을 옮겨야 하는 대학 기숙사보다는 이사 주기가 길다.
향토학사 위치에 따라 학교별 통학 거리 편차가 크다. 학사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가까워서 마을버스만 타고도 30분 내 학교에 도착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최고의 입지겠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환승해 총 1시간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는 학생은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생활비가 저렴하고, 장학금 기회도 폭넓게 열려 있어 향토학사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 대기 중이다. 신입생의 경우 보호자의 생활소득이 낮은 자에게 우선순위를 부여해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학년 이상 재학생은 보호자의 생활소득과 함께 대학 성적이 입사생 선발 시 평가에 반영된다.
서울 내 광역자치단체 기숙사는 총 8개가 있다. △경기(경기푸른미래관) △강원(강원학사) △충남(충남서울학사) △충북(충북학사) △전북(전라북도서울장학숙) △전남·광주(남도학숙) △제주(탐라영재관) △경남(남명학사서울관) 등이다. 이밖에도 강진학사, 구례학사, 구미학숙, 문경학사, 울진학사, 제천학사, 포항학사 등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기숙사가 있다.
◆ 연합기숙사
저렴한 기숙사를 찾는 학생에게 '연합 기숙사'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선택지로 넣을 연합 기숙사로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이 운영하는 '홍제 행복기숙사'와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대학생 연합생활관' 등 2곳이 있다.
홍제 행복기숙사엔 1인실, 2인실, 4인실이 마련돼 있다. 1인실은 남자 2명, 여자 2명 등 4명밖에 모집하지 않으므로 선택지에서 지우는 게 마음 편하다. 2인실은 남자 152명, 여자 152명을 모집하고, 4인실엔 여자 208명을 모집한다. 대학 기숙사처럼 6개월 단위로 입사생을 선발한다. 한 달 기숙사비는 1·2인실의 경우 27만7800원, 4인실은 21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식비와 수도광열비 등을 포함하면 2인실 기준으로 한 달에 35만원 내외가 든다.
대학생 연합생활관의 최대 장점은 월 15만원의 저렴한 기숙사비다. 생활관 내에 체육시설과 카페테리아도 마련돼 있다. 학기별로 재사생 선발이 이뤄지며, 결원이 발생하면 수시 모집도 열린다. 연합생활관은 서울 바깥에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히지만 3호선 원흥역 5번출구까지 약 500미터 떨어져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은 높다.
홍제 행복기숙사나 대학생 연합생활관이나 단점은 여느 기숙사와 대동소이하다. 룸메이트와 본인의 생활 습관이 잘 맞길 바라고, 통학 거리가 너무 멀지 않는지 등을 살펴보면 된다.
재사생 선발 시 보호자의 소득수준, 기숙사와 본적지 간 거리 등이 평가 요소로 반영된다.
◆ NH농협장학관
NH농협장학관은 농업인 또는 농협 조합원 자녀의 서울 유학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되고 있다. 입사 신청 시 조합원증명서, 농업인확인서, 농업경영체등록확인서 중 한 가지를 제출할 수 있으면 지원 가능하다. 부모의 재산세 과세 증명서, 건강·장기요양보험료 납부확인서 등 제출해야 할 서류가 몇 가지 더 있으나 조합원증명서, 농업인확인서 등을 제출하는 게 관건이다.
기숙사비는 한 학기에 40만원(한 학기 총액)이며, 방학 기간엔 20만원이 든다. 1학기-여름방학-2학기 동안 지내면 100만원이 필요하다. 식비까지 포함된 가격이다.
선발 시 평가 요소로는 보호자의 생활수준이 1순위로 고려된다.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겠다는 취지다. 성적도 평가 요소로 반영된다. 신입생은 고3 내신 성적과 수능성적 중 자신에게 유리한 점수를 제출하면 된다. 다만 수능에서 4개 과목 미만을 응시한 신입생은 내신 성적을 내야 한다.
◆ LH청년전세임대
경제적 여유는 없지만 독립해서 지내고 싶은 신입생에게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대학생들의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전세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LH가 기존 주택을 임대한 뒤 이를 대학생에게 재임대하는 형식이다.
목돈이 없어도 자취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전세 9000만원짜리 다세대주택에 입주한다면 LH에 매월 10만8300원의 임대료를 납부하면 된다. 전세 계약 시 LH에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100만원 또는 200만원을 내야 하지만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엔 돌려받는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50만원을 납부하는 대학가 원룸 자취와 비교하면 저렴한 가격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전세금 1억2000만원이 최대 지원 한도다. 임대 기간은 2년 단위로 설정된다. LH청년전세임대 재계약은 2회까지 가능하다. 단, 본인 명의로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다.
LH청년전세임대를 통해 거처를 마련하려는 경우 스스로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임대인이 LH청년전세임대 제도를 통해 계약할 용의가 있는지 먼저 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무의미한 발품을 줄이기 위해선 온라인 카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청년 주택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 등에 가입해 부동산 중개 매물을 유심히 살펴보기 바란다. 혹시 마음에 드는 매물이 없더라도 괜찮다. 자신이 어느 지역에서 지낼 것인지 먼저 결정하고, 해당 지역 매물을 소개하는 부동산 중개업체에 연락하면 된다. 중개인과 동행하며 매물을 살펴보면 "LH 되나요?"라며 물어보고 다니는 헛수고를 줄일 수 있다.
대학가나 서울 중심지에서 떨어져 지낼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단점이다. 만약 본인이 전세 시세가 비싼 지역에 위치한 대학에 다닌다면, 대중교통 이용 시 통학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 않는 인근의 다른 지역을 거주 희망지로 염두에 두고 전세 매물을 찾아보길 권장한다.
LH청년전세임대 제도를 이용하면 다세대주택뿐 아니라 오피스텔 입주도 가능하다. 오피스텔 입주 시 별도의 관리비가 추가로 들기는 하겠지만 가구를 새로 장만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줄일 수 있다. '무옵션' 다세대주택을 입주하게 된다면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새로 장만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그럼에도 무옵션 주택으로 입주하기를 희망한다면 중고 전자제품 매장 등을 이용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 고시원
이 방법 저 방법 다 알아봤으나 별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고시원 입주를 추천한다. 월 30~40만원선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밥, 라면, 김치 등 생존을 위한 기본 식품은 무료로 제공된다. 한 몸 뉘이면 방이 꽉 차는 듯한 기분이 드는 데 거부감이 없고, 옆방 텔레비전 소리가 벽면 너머로 전달되고, 전공책 2권 크기의 창문 밖에서 고기 굽는 냄새가 올라와도 크게 개의치 않는 이라면 고시원에서 잠시간 살아도 무방할 것으로 보인다.
◆ 결론
어디서 살든 주거 선택지를 최대한 넓혀 놓는 게 중요하다. 특히 서울 유학 시 생활비가 걱정되는 신입생이라면 대학 기숙사 외에도 공공부문 기숙사를 적극적으로 알아볼 것을 권장한다. 독립적인 생활을 희망한다면 LH청년전세임대 제도를 활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을 통해 각각의 모집기간을 사전에 파악하고 제때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사실은 더 첨언할 게 없다. 1차 선발자로 뽑히지 않더라도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 기회가 올 수 있다.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이 물음을 설레는 고민으로 만들지, 막막한 혼잣말로 만들지는 얼마나 미리 준비했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 준비는 이제 스무살이 되는 당신의 몫이다.
[문광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