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또 찾아오는 불청객 `미세먼지`…중국발은 정말 30%뿐일까
입력 2020-12-12 12:00  | 수정 2020-12-19 12:36

[팩트체크] 미세먼지 철인 겨울이 다가와 작년 같은 악몽에 시달릴까 걱정됩니다. 올 봄과 가을까지 코로나19로 중국의 공장가동률이 떨어졌다가 최근 다시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한국의 미세먼지 상황이 다시 불거지자 "역시 미세먼지는 중국탓"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중국 원인만은 아니다"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같은 국내 감축 정책을 강조해 국민들 눈총이 따갑습니다. 중국은 정부말대로 진짜 미세먼지 '무죄'인가요.
중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고 나면 며칠 안에 한국 미세먼지 농도가 치솟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면서 중국에 대한 미세먼지 책임론이 커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분적 책임과 전적인 책임사이에서 국민적인 정서와 과학적 증거와의 간극은 매우 큽니다.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피해자측이 피해와 원인을 과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대기권에서 일어나는 기상현상을 두고 완벽하게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기상현상과 대기오염에 미치는 요인들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다원적입니다. 단적으로 풍향과 풍속에 따라, 강수량에 따라 한국의 미세먼지 상황도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심화만 두고 '증거'로 들이밀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정부도 이런 객관적 증거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중 입니다.
◆중국 책임론 극에 달했던 2019년
2019년은 최근 몇 년 중 최악의 미세먼지가 되덮은 해로 국민들의 기억에 남았습니다. 2019년 1월~3월의 전국 미세먼지 농도는 35, 34, 39㎍/㎥으로 몹시 높았습니다. 올해 1~3월 미세먼지 농도가 각각 25, 24, 20㎍/㎥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3월은 미세먼지 농도가 올해의 두 배에 달해 국민들을 숨 쉬기 어렵게 만들던 시기였습니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눈이 따갑고, 코와 호흡기 불편을 호소하는 분이 제 주변에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코로나19는 코빼기도 비치지 않던 시절인데도 거리에 나가보면 행인의 절반 이상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던 시기였습니다. 국민들은 '미세먼지'의 범인으로 중국을 지목했습니다.

수백 년 전부터 봄만 되면 중국 고비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를 생각하면 일리있는 의심이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명종 5년 3월22일)에는 "한양에 흙비가 내렸다. 전라도의 전주와 남원에는 비가 내린 뒤에 연기같은 안개가 사방에 꽉 끼었으며, 쓸면 먼지가 되고 흔들면 날아 흩어졌다.
25일까지 쾌청하지 못했다"는 기록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황사는 흙먼지나 모래가 강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현상으로 구성 성분도 칼슘, 마그네슘 등 자연유래 성분이 많은 반면, 미세먼지는 주로 산업활동의 결과로 생겨나는 질산염이나 중금속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차이가 있습니다.
국민들은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국으로 넘어오는 위성영상 등을 토대로 "중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국내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의 베이징-톈진-허베이 지역(징진지)에서 공장을 돌리면 국내로 미세먼지가 유입된다는 우려가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있습니다. 이 지역의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미세먼지 배출이 늘어난다는 국제기구 주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달 4일 핀란드에 본부를 둔 독립 연구기구인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는 지난 10월 베이징과 시안의 초미세먼지(PM 2.5 미만)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해당 지역의 시멘트 생산량이 전년 동기대비 14% 급증한 영향으로 초미세먼지 배출량도 급등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부터 중국 생태환경부 장관과 회의를 벌이면서 미세먼지 전파와 관련해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베이징과 백령도·서울 미세먼지 비교해보면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미세먼지 알림 사이트 '에어코리아'에서 서울과 백령도의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전 세계 실시간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사이트(Aqicn)의 정보를 매일경제가 비교해봤습니다.
백령도에서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50㎍/㎥을 넘었던 경우는 최근 2개월 간 10월 20일(56㎍/㎥), 11월 7일(51㎍/㎥), 11월 17일(51㎍/㎥) 의 세 번이었습니다.
이 날짜들보다 이틀 앞서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어땠는 지 살펴보면, 10월 18일은 63㎍/㎥, 11월 5일은 121㎍/㎥, 11월 15일은 133㎍/㎥로 나타났습니다. 중국내 주요 먼지발생 지역의 초미세먼지가 백령도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할 만한 수치들입니다. 서울과 비교해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올해 10월 이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50㎍/㎥을 넘어선 것은 11월 15일(52㎍/㎥) 한 차례입니다. 베이징의 13일~15일 초미세먼지 농도는 144㎍/㎥, 67㎍/㎥, 133㎍/㎥였습니다.
◆심증 크지만 확증으론 부족
바람의 풍속에 따라 미세먼지가 한국에 도달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에서 불어온 초미세먼지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인과관계가 다소 약한 날도 많았습니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며칠 더 살펴보면, 11월 14일의 농도는 67㎍/㎥로 낮았고, 11월 2일부터 4일의 농도도 각각 58㎍/㎥, 35㎍/㎥, 49㎍/㎥로 낮았습니다.
특히 베이징에서 초미세먼지가 날뛴 날들을 더 살펴보면, 베이징에서 농도가 뛰었다고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뛰었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예를 들어, 11월 1일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무려 163㎍/㎥까지 뛰었지만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3일 7㎍/㎥, 4일 10㎍/㎥, 5일 17㎍/㎥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또 11월 15일부터 닷새간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33㎍/㎥, 170㎍/㎥, 179㎍/㎥, 182㎍/㎥, 111㎍/㎥를 기록했는데, 이 기간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6일 46㎍/㎥, 17일 41㎍/㎥으로 다소 높게 나타나다 18일 27㎍/㎥, 19일 9㎍/㎥, 20일 13㎍/㎥을 기록하며 인과관계가 약하게 나타났습니다.
중국 초미세먼지 농도가 뛴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뛰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환경부가 32% 책임론 주장하는 근거는
정부는 중국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미세먼지가 국내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으로 국내 대기 상태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뛰고 2~3일 뒤 면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덩달아 뛴다는 주장은 위에서 확인하신 것처럼 늘 맞지는 않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주장입니다.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뛴 다음 국내 농도가 뛰려면 우선 중국에서 한국으로 서풍이 불어야 하며, 강수량이 적고 풍속이 느려 국내에 미세먼지가 정체돼야 합니다.
이런 조건이 맞아 떨어져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뛴다고 해도, 주로 12월부터 3월 사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절적으로 편서풍이 부는 영향에 더해 겨울철 강수량 부족이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019년 11월, 한·중·일 3국의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결과 보고서에서 중국 배출원이 한국 미세먼지에 미치는 영향은 32%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는 한·중·일 연구진이 각국 주요 도시(한국은 서울·대전·부산 3곳)에서 측정·분석해 산출한 도시별 초미세먼지 기여율을 평균낸 값을 담았습니다. 결과를 보면 2017년 한국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기여율은 자체 기여가 51%, 중국이 32%, 일본이 2%였습니다. 같은 해 중국은 자체가 91%, 한국 2%, 일본 1%였구요. 일본은 자체 55%, 한국 8%, 중국 25%로 나왔습니다. 그 외에 러시아, 몽골, 북한 등에서 넘어온 미세먼지가 전체의 15%로 추정됩니다. 편서풍 지역인 동북아 서쪽에 위치한 중국에서 초미세먼지가 발생해 한국과 일본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3국 연구진이 함께 확인한 셈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한국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기도 합니다. 황사가 불어오는 봄철의 경우 단기적으로 보면 미세먼지의 70% 가량이 중국에서 넘어오는 날도 있지만, 연평균으로 따지면 32%라는 것이죠. 한국 하늘이 맑은 기간을 고려해보면,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도 적고,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해외로 잘 빠져나가는 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공위성 띄워 증거 추적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워 동아시아 지역의 외교문제로까지 번졌던 미세먼지의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천리안 2B호에 장착된 환경위성이 하루 평균 8회의 관측영상을 촬영할 수 있게 되면서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의 동선을 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환경위성은 아시아 전역의 미세먼지(PM), 이산화질소(NO2), 아황산가스(SO2), 오전(O3) 등 대기오염물질을 추적할 계획입니다. 이르면 내년말 미세먼지 정책에 활용할 계획으로, 한국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과학적인 기반을 갖춰 논의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만약 중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가 자주 한국에 내려앉는 모습이 관측된다면 중국에 더 강한 환경개선 요구를 하는 근거가 될 전망입니다.
◆中탓만 한다고 능사아냐, 국내 개선노력 필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중국 베이징에서 불어왔든 불어오지 않았든 정부는 국내 원인과 중국 원인을 나눠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미세먼지가 되거나 미세먼지의 '씨앗'이 되는 물질인 황산화물 같은 물질의 배출량 규제를 강화했고, 12월부터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통해 유해 배출가스를 내뿜는 '5등급 차량'의 수도권 운행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중국과는 '청천 계획'을 추진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회의를 열었지만 실질적인 성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면회의 대신 화상회의를 올해 20차례 이상 진행하며 협력을 벌여왔지만 국민들은 더 큰 질적 개선을 바라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제도 면에서는 수도권에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전면 금지한다지만, 11일 단속된 차량만 3600대에 달합니다. 시행 첫날인 이달 1일 4600여대가 단속된 것에 비하면 개선됐지만 여전히 매일 수천대의 5등급 차량이 미세먼지를 내뿜는 상황입니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는 올해 상반기를 작년 같은 기간과 동일 조건에 기상 조건만 바꿔 비교하면 초미세먼지 개선의 46%가 기상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올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적어 맑은 공기를 국민들이 누릴 수 있던 원인의 절반은 날씨 덕이라는 말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국의 공장 가동률은 2~3월 하락했지만 올 여름에는 지난해 여름의 100% 수준으로 회복했습니다. 올 여름 미세먼지가 극심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바람이나 강수량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중국에서 뿜어내는 미세먼지가 한국 미세먼지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중국 미세먼지가 한국 미세먼지 악화의 모든 원인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날씨처럼 통제하기 어려운 요인이 악화되더라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러려면 국내 미세먼지 원인과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모두에 대해 더 균형잡힌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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