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생활 싫어요"…고향 회귀 청년들 "나 돌아갈래~"
입력 2020-12-12 09:06  | 수정 2020-12-12 14:56
지난 5월 대구시가 청년 귀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출향 청년들에게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SNS 플랫폼 `욜로(YOLO)온나` 채널. [사진 출처 = 욜로 온나 메인페이지 캡처]

[스물스물]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대구에서 디자인 회사를 창업한 김광동 ASFOL 디자인스튜디오 대표(38)는 '고향 회귀' 청년이다. 서울 소재 대학원을 졸업한 후 서울 소재 디자인업체 여러 곳에서 입사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뿌리치고 7년 전 대구에 내려와 창업을 했다. 그가 서울 생활을 접고 대구에서 창업을 선택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다. 김 대표는 "대학원 다닐 때 월세 40만원의 반지하방에서 살았지만 회사를 다니더라도 경제적인 여유를 찾을 해결 방안이 그려지지 않았다"며 "대학원 학자금 대출과 월세, 생활비 등을 생각하면 도저히 서울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 대구에서 창업하는 것이 서울보다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서울은 옥탑방 사무실도 월세 60~70만원이 들지만 대구는 창업 유지비용이 서울보다 훨씬 저렴했다"며 "맨바닥에 헤딩을 해야 하는 서울보다는 고향의 지인들과 선후배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문도 많은 것도 고향에 내려온 계기였다"고 말했다.
김 대표처럼 출향 청년들 사이에는 이른바 '고향 회귀'가 새로운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치솟는 서울의 집값과 고향 생활에 대한 동경 등으로 인해 서울 출향 청년들이 '로컬 지향 성향'이 강해지면서 고향으로 유턴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치솟는 서울물가, 익숙한 생활 동경...'고향 회귀'

출향 청년들의 고향 회귀 욕구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대구시가 2018년 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출향 청년 200명(20대 38명, 30대 16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 출향 청년 면접조사에서 귀향 의사가 있는 청년들은 42%에 달했다. 대구에 우수 중견기업이 있으면 무려 87%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귀향을 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는 "생활이 익숙한 고향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61.9%로 가장 높았다. 서울의 집값 폭등 등으로 인한 주거비 등 경제적 부담(53.6%)은 2위로 조사됐다. 청년들의 귀향 욕구는 결국 서울 생활 등의 만족감보다는 청년들의 로컬 지향 의식이 강해졌기 때문이라는 방증이다.

대구 청소년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인 '별을 만드는 사람들'에 근무 중인 최준영(31)씨도 '고향 회귀' 청년이다. 경북대를 졸업한 최씨는 지난해 초 서울의 비영리 단체에 취업한 후 1년 간 생활을 접고 올해 초 대구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상경했지만 살인적인 집값과 높은 물가 등으로 생활고를 겪어야만 했다. 결국 경제적인 부담이 생활의 질과 삶의 만족도 저하로 이어졌고 고향인 대구에서 다시 일자리를 구했다. 최씨는 "경제적 여유나 인적 네트워크 등의 요인이 귀향의 배경이 됐다"며 "서울 생활을 하다 돌아오게 쉽지 않지만 고향에서 더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로 전입하는 청년 비율도 점차 감소

이를 증명하듯 대구에서 서울로 전입하는 청년 비율도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대구에서 서울로 전입한 전체 인구 중 20~29세 청년 비중은 2016년만 하더라도 전체 연령대 이동자 3179명 가운데 2994명을 차지해 94.1%나 됐다. 하지만 지난해는 전체 이동자 6618명 가운데 5302명으로 80.1%에 불과해 3년 전에 비해 청년 유출 비중이 줄어든 상태다.
청년들의 '고향 회귀' 현상이 강해지자 대구시는 출향 청년들을 위해 올해부터 전국 지자체 처음으로 '청년 귀향 프로젝트'도 실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귀향을 희망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면서 청년정책·일자리 정보 등의 맞춤형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며 청년유입채널 구축 및 정주의향 등을 높이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5월 문을 연 청년 귀환 SNS 플랫폼 '욜로(YOLO)온나' 채널이다. 이곳은 출향 청년들에게 대구의 새로운 정보와 청년정책 등을 전달하는 온라인 채널로서 매주 화요일 청년정책, 채용공고, 대외활동 등 유용한 정보를 '슬기로운 YOLO 생활' 뉴스레터에 담아 제공하고 있다.

고향 회귀 욕구는 경제 발전 이룬 단계서 필연적 현상

지난해 대구시가 지역 청년들을 위해 마련한 `청년 희망공동체 대구` 선포식 모습. [사진 제공 = 대구시]
전문가들은 출향 청년들의 고향 회귀 욕구는 산업화 등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사회 성숙화 단계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과거 도시는 일자리가 넘치고 경제적 풍요를 이끌면서 동경의 대상이 됐지만 지금은 도시가 지녔던 생활의 풍족함과 산업 구조가 다양해 지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아 로컬 지향의 성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정보통신과 교통망 확충 등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 확보가 용이해 졌고 서울이나 지방에서 누릴 수 있는 쇼핑레저 문화 시설 등도 평준화됐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런 사회적 경제적 구조 변화 속에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와 로컬 비즈니스에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 '고향 회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이자 로컬리즘 분야 국내 권위자인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한 언론 기고문을 통해 "기성세대와 달리 밀레니얼 세대는 로컬을 시골 변두리 지방이 아닌 혁신과 라이프스타일 장소로 여긴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강한 미래 세대가 로컬에서 그 일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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