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통큰 1조 베팅`, 납득되네…현대차그룹 가족된 `美 로봇기업` 정체는
입력 2020-12-12 07:59 
웨어러블 작업용 로봇과 보행 로봇 [사진 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춘 미국 로봇전문기업을 1조원에 품었다.
현대차그룹은 총 11억 달러 가치가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대한 지배 지분을 소프트뱅크그룹(SoftBank Group)에서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11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을 80% 보유하게 된다. 인수 비용은 8억8000만달러(한화 9609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20%는 소프트뱅크그룹 몫이다.
현대차그룹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의선 회장의 지분 참여는 그룹이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서다.
스팟(왼쪽)과 아틀라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품에 안긴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미국 3대 로봇 클러스터(보스턴, 실리콘밸리, 피츠버그) 중 보스턴(본사)과 실리콘밸리(자회사 키네마 시스템즈 위치)에 거점을 뒀다.
보스턴은 미국에서 로봇 클러스터가 처음 조성된 곳으로 많은 로봇 관련 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MIT·하버드 대학교 등이 인근에 위치해 우수 인재가 많다. 실리콘밸리는 4차 산업의 요람으로 구글과 같은 정보통신(IT) 및 테크 기업들과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자리잡고 있다. 스탠포드·UC버클리 등 유수의 대학교들이 인접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인지·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와 메사추세츠 공과 대학교(MIT)의 교수로 재직했던 마크 레이버트(Marc Raibert) 대표가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했다.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됐다.
2004년 미항공우주국(NASA), 하버드 대학교 등과 4족 보행이 가능한 운송용 로봇 '빅 도그(Big Dog)'를 개발했다. 훨씬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빠르며 무게까지 줄인 4족 보행 로봇인 리틀 도그(Little Dog), 치타(Cheetah), 스팟(Spot) 등을 잇달아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주요 역사 [자료 제공=현대차그룹]
2016년부터는 사람과 같이 2족 직립 보행이 가능한 로봇인 '아틀라스(Atlas)'를 선보였다. 지난해에는 물구나무서기, 공중제비 등 고난도 동작까지 가능하도록 개선하는 등 로보틱스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2019년에는 물건을 집고 옮길 수 있는 물류용 로봇인 픽(Pick), 바퀴가 달려 직접 물건을 들고 목적지까지 자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핸들(Handle) 등도 내놓으며 로봇 사업 영역을 넓혔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전체 그룹 차원의 제조·생산, 기술 개발, 물류 역량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자동차 분야뿐 아니라 자율주행차·도심항공 모빌리티(UAM)·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UAM 등에 기본적으로 요구된다. 또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응 및 판단 기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밀하게 구동시키는 제어 기술 등은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이다.
웨어러블 로봇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착용형 로봇 기술, 생산 및 물류 자동화 기술 등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혁신적인 로봇 기술과 결합할 경우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 및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와 폭넓게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물류·서비스 등 각종 산업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게다가 글로벌 로봇 시장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고령화 등으로 노동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사회 활동 전반이 콘택트(Contact)에서 언택트(Untact)로 빠르게 변모해 로봇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산업 현장에서는 제조 로봇을 비롯해 물류 운송 로봇 등이 널리 활용되는 상황이다. 간단한 안내 및 지원, 헬스케어뿐 아니라 공사 현장, 재난 구호, 개인 비서 등 분야에서의 서비스 로봇 수요도 향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세계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CAGR) 22%를 기록,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코로나19 대유형에 따른 경제·사회적 패러다임 전환으로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는 32%의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우선은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로봇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어 건설 현장 감독이나 시설 보안 등 각종 산업에서의 안내·지원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형 로봇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로봇 업계는 물류 로봇 시장과 안내·지원 로봇 시장이 향후 약 7년 이내에 큰 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2019년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양산형으로 개발한 뒤 일부 시장에 시범 공급했다.
웨어러블 로봇 'VEX'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올해 6월부터는 본격 판매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국내외 각종 건설현장이나 제조 공정에 서비스형 로봇으로 투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생산 및 물류 공장에서 제품을 선별하고 이송하는 공정에도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픽', '핸들'과 같은 물류형 로봇이 도입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으로 혁신적인 시장 성장이 예측되는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형)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유사한 2족 보행이 가능한 다리 등을 갖고 있고 팔과 손을 사용해 사람과 같은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는 첨단 로봇이다. 환자 간호 등에서 인력을 대체 또는 보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로봇 기술은 우주 산업에서도 다양하게 쓰인다. 위험 요소를 줄이고 정밀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로봇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우주 탐사 및 비행 업체들과의 협업 등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에 참여한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계열사는 로봇 중심의 사업 역량 강화가 가능하다.
기존의 부품 제조 역량 및 물류 역량과의 시너지를 통해 현대차그룹 차원에서의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밸류체인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룹 내 로보틱스 기술의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최적의 테스트 베드 기능도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로봇을 위험성이 높은 건설 등 산업 현장이나 연구개발 단계, 구호활동이 필요한 험지 및 재난 현장 등 공공 영역에도 투입할 수 있다. 인류의 안전과 공익에 기여하는 역할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기성 기자 gistar@mkinter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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