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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많고 사고잦은 건설업, `중대재해법` 좌불안석
입력 2020-12-10 17:22  | 수정 2020-12-10 19:45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고의 책임을 물어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안'에 대한 건설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산업현장의 재해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법을 이른 시일 내에 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날 종료된 정기국회에서는 통과되지 않았지만 법안 통과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현재 국회에는 정의당과 민주당, 국민의힘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각각 상정돼 있다. 핵심 내용은 근로자의 사망·상해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위험관리 등을 책임지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강화다. 일례로 정의당이 발의한 법안은 사망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는 '3년 이상 유기징역형 또는 5000만원 이상~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법안 취지에 대해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사고처리비용이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비용을 압도하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산업현장에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법안 취지에는 동감한다"며 "하지만 경영자 개인을 처벌하면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발상은 너무나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법안이 갖고 있는 문제를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지적한다. 첫째, 처벌 근거가 되는 '사용자의 의무'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추상적이란 점이다. 개정안은 '경영책임자는 사업장 등에서 종사자나 이용자가 생명·신체의 안전·위해를 입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사업장에서 종업원이나 손님이 다치면 인과관계와 상관없이 경영자를 형사처벌하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근우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특정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고 발생에 전혀 기여한 바 없는 사람까지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책임 원칙에 심각하게 위반되는 규정"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물리적·현실적으로 경영책임자가 지킬 수 없는 사항까지 처벌한다는 점이다. 건설업체는 공사 중인 현장이 국내외 수십~수백 곳에 달한다. 경영책임자가 개별 현장의 유해·위험 방지 조치까지 직접 책임지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런 법리라면 대한민국 영토 내 모든 사고 발생 책임을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에게 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법안은 영국이 2008년 도입한 '기업살인법'을 참고해 만든 것"이라며 "하지만 기업살인법도 법인을 처벌하지 경영자 개인을 처벌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건설업계가 따르고 있는 '파견근로자 보호법'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파견근로자 보호법에 따르면 원도급업체는 하도급업체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지시를 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도급·위탁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도 원사업자가 공동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데만 집중하는 움직임은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정부의 대응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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