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문] 스티븐 비건 부장관, 아산정책연구원 강의 질의응답
입력 2020-12-10 16:59  | 수정 2020-12-17 17:06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10일 아산정책연구원 초청으로 '미국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지난 2년반동안 북핵협상에 대한 술회를 나눴다. 아래는 질의응답 전문.
-하노이회담에서 큰 기대에도 불구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또 미북 협상 경험을 통해 어떤 교훈을 차기팀에 전달해 수 있나?
-비건 부장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지만 이를 실패라고 규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는 양측이 서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미북의 두 정상이 도착하기 전 우리(실무진)는 주요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형성할 수 있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하노이에서 직면했던 문제는 실무 레벨에서 우리의 카운터파트가 비핵화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몇몇 분야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냈음에도 비핵화에 관해서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우리가 실패한 것은 카운터파트들이 그러한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우리가 첫 번째로 배운 교훈은 실무 레벨에서의 협상이 정상회담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상들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와야 한다. 이러한 가능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미리 어려운 업무를 해둬야 한다. 북한 실무 협상단에 더 권한이 있었다면 커다란 진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다른 교훈은 북한인들을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른 시스템에서 왔고 다른 한계가 있고 선택의 제약이 있지만 그들도 사람이다. 내가 가진 가장 멋진 기억 중 하나는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우리의 아이, 포부, 가족에 대해 얘기하던 개인적인 순간들이었다. 신뢰감을 갖고 우리처럼 그들이 안에 가지고 있는 근본적 인간성이 있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와 그들 사이의 인간적인 교류를 탐색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 두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하나는 체제 보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군사적 위협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핵화 의지는 별로 없었던 것 같고 미군을 몰아내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보였다. 그들이 원하는 방식의 통일을 바랐던 것 아닌가
-비건 부장관: 그것은 2018년 싱가포르에서 합의된 사항은 아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생산적인 이틀을 보냈고 네가지 우선사항에 합의했다.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 진전, 인권 이슈, 그리고 한반도의 비핵화였다.
우리가 지속적으로 북한에 제시했던 것은 싱가포르의 4가지 합의를 동시병행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각자의 4개 목표는 고유한 과정이 있고 고유한 최종 상태가 있다. 비핵화에 대해서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가 목표이다. 이는 지금까지도 미국의 목표이고 내 임기의 마지막날까지도 그러할 것이다. 북한이 이를 먼저 양보할 필요는 없다. 의향만 있다면 동시에 그리고 병행적으로 다룰 수 있다.
북한의 진짜 목적에 대한 많은 추측 있었지만 우리가 논의할 때 그러한 얘기는 다뤄진 적이 없다. 일각에선 그러한 저의를 의심할 수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우리가 나아갈 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제시한 제안, 즉 영변 핵시설을 우선 폐기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또 차기 행정부가 직면할 가장 어려운 도전이 무엇인가. 조건에 기반한 제재 완화를 강력한 검증과 교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비건 부장관: 미래에 대해서는 추측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현재까지 만든 선택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첫번째로 미북 그 누구도 일부를 해주는 대가로 상대방이 모든 것을 해주길 기대해서는 안된다. 다만 이를 위한 로드맵은 기대할 수 있다. 서로의 목표를 상호 만족할 수 있는 방안으로 조율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아주 크고 과감한 아이디어와 지속적인 협상이 필요하다. 미북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 체계 구축, 그리고 궁극적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이다.
당시 하노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것은 논란이 되고 있다. 정상회담 전에 실질적 논의가 많이 이뤄졌다면 도움이 됐을 것이다. 당시 논의됐던 아이디어를 모두 공개하진 않겠지만 성공적 절차 위한 재료는 여전히 있다고 말하고 싶다.
-북한이 진지한 외교의 채널로 돌아오라고 강조했는데, 워싱턴에서 새 정부가 들어게 되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어떤 조건에서 이같은 진지한 외교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요즘 미중 관계가 전략적 경쟁관계로 바뀌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을 통해 국제규범 가치를 강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중국에 사드 보복을 이미 당한 바 있고 호주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중국과 관련해 동맹국을 안심시킬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비건 부장관: 최근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외교적 도전과제가 중국이라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중국과는 영토권 주장, 신장위구르·티베트 탄압, 홍콩 사태까지 모든 분야에 있어서 갈등하고 있다. 중국은 사이버, 우주, 해상, 경제, 무역, 투자에 이르기까지 위험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의 새로운 협력 공간을 발견하지 못했고 아직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이러한 길을 찾아내기 위해 중국과 솔직하게 대화 이어나갈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쉬울 것이라고 말하면 내가 솔직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15년 간 미국에서 중국의 행동 왜 이렇게 됐느냐에 관해 많은 담론 있었다. 미국은 중국의 발전에 많은 영향 미쳤다. 특히 2000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도 많은 지원이 있었다. 당시의 기대는 중국을 규칙 기반 국제질서로 들어오게 함으로써 현대 세계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기대는 중국 경제가 급속 발전하면서 정치 시스템도 발전한다는 것이었지만 오히려 중국이 그러한 규칙 기반 질서를 바꾸려고 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고민은 규칙 기반 국제질서로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다. 모든 중국인, 위구르, 티베트, 홍콩 사람들에게 일국양제가 약속돼 있는 상황이었지만 중국은 이같은 약속 어기고 홍콩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민주주의 가장 기본 권한을 위협하는 상황이 됐다. 각각 분야에 대해서 미국은 맞서나갈 준비가 돼있다.
한국이 당한 경제적 보복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국의 성공적 기업들이 수년 간 가장 극악한 보복을 당하고 있다. 우리는 중국에 규칙 기반 질서를 받아들이도록 연대하고 요구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 달성 위해서 어떤 역할을 미국이 한국이 하길 원하는가?
-비건 부장관: 지난 2년 반 동안 외교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이 한미 긴밀한 공조였다. 사실 한국에 많은 지원과 협력을 받고있어 요청할 게 별로 없다. 나 개인적으로도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에게 많은 환대 받았고 그 외에도 양국 지도자간 많은 교류와 기회가 만들어졌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관계 진전을 위해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고 미국은 이러한 남북 간 협력을 강력 지지한다. 이는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이를 위해 청와대, 외교부, 통일부와 긴밀하게 협력 했다. 이를 통해서 한반도 협력이 남북 간 평화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한미 양국 정부가 결과적으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이는 앞으로 외교적 행위에서도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물론 한미 동맹은 한반도에서도 중요하지만 좀 더 크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이 무엇인가. 머지 않은 미래에 한미 간 전략적인 한미동맹 전략적 목적이 무엇인지 논의되길 바란다. 한미동맹은 미국에게 도움되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그러나 향후 70년 동안 동맹을 더 지속하기 위해선 이걸로는 불충분하다. 방위비 분담금, 전작권 전환 등 오늘날 우리가 당면한 사안들을 보면 이것은 우리 지도자들이 동맹에 대한 미래 지향적 목표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으로부터 보호도 한미동맹에 매우 중요한 한 축이지만 더 크게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도 양국이 이러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길 바란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바이든, 문재인, 김정은에 각각 조언을 건넬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김정은이 '아이들 위해 핵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는데,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보는가?
-비건 부장관: 나의 중심적 메시지는 '모든 것이 아직 다 가능하다'이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파생된 정신이 중요하다. 모든 가능성이 우리에게 열려있다. 우리가 마련한 진전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고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아직 모두 가능하다는 것에서 약간의 만족감을 느낀다. 이에 관여된 모든 사람들이 시급성을 인지하고 우선순위를 부여해 집중하길 촉구한다.
-만일 미국이 대북 협상에서 다르게 행동했으면 성과가 나왔을 거라고 보는가?
-비건 부장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각국의 대표들이 권한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만나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도자들이 확정짓는 것이다. 이것이 2년 반 동안 얻은 교훈이다. 그리고 북한도 이러한 교훈을 배웠길 바란다. 이는 한순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 관여, 기브 앤 테이크, 그리고 신뢰가 필요하다. 그래야 합의를 재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일 관계가 부장관의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었나?
-비건 부장관: 내가 대북특별대표 자리를 맡았을 때 가지고 있었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는 한국과 일본과의 동맹 관계이다. 임기 중 한일 갈등은 더 깊어졌고 많은 분야의 협력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미국의 많은 고위 정부 인사들로 하여금 더 직접적으로 카운터파트에 관여하게 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한일 간 긴장관계는 단 한 번도 미북 협상에 있어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의 카운터파트는 서로 간의 정치체제에서 비롯된 불만족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극도의 용기를 보여줬다. 그들은 함께 협력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으며 나와 함께 사진도 찍으며 한일 간 우선순위가 있음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미국은 한일 간 복잡한 역사적 요소가 한일 관계를 갈등으로 이끄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양국 정부에는 이러한 차이를 줄이기 위한 의지가 있는 책임 있는 관료들이 있다. 이러한 분열을 지혜와 협력으로 극복하는 것은 현 세대의 임무이다. 양국 앞에 놓여있는 도전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낙관한다.
-하노이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제시한 영변시설 폐기 안을 받지 않은 이유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당시와 현재 북한 비핵화 협상의 요구 수준 고려할 때 차기 행정부에서 바람직한 비핵화조치와 상응조치의 조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비건 부장관: 물론 영변은 여전히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하노이에서 직면한 어려움은 그것이 북한 핵 프로그램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협상 당시 가져야 했던 것은 어떤 최종 상태로 우리가 가느냐에 대한 공통된 이해였다. 그러나 하노이에서 북한 협상단은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가 아니었다.
북한도 이러한 교훈을 배웠으면 한다. 실무 레벨에서 지속적인 방식으로 사안들을 다루지 않으면 우리의 지도자들이 무엇에 대해 합의하는지 명확히 이해하기 힘들고 합의도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조용한 방식으로 같이 일하는 것이다. 신뢰와 자신감을 키우고 디테일과 한계에 대해서 탐색해야 한다. 미국은 현재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를 위한 준비가 돼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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