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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라운지] KB국민카드가 마스터카드 사장을 찾아간 이유는
입력 2020-12-10 15:50  | 수정 2020-12-10 18:52

KB국민카드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간편결제 시스템인 KB페이가 3년에 걸쳐 출시되면서 뒷이야기에도 궁금증이 나오고 있다. 이번 KB페이 기획을 총괄했던 이해정 상무(55·사진)는 결제수단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금융권 내 경쟁사도 가리지 않고 만났다고 털어놨다.
최근 서울 종로구 KB국민카드 본사에서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이해정 KB국민카드 디지털본부 상무는 KB페이 기획에 얽힌 비화를 밝혔다. 이 상무는 KB페이 개발 초기였던 약 2년전에는 페이스북 리브라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 이를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마스터카드는 전세계 결제망을 다 쥐고 있는데 도대체 왜 리브라 프로젝트에 참여했는지 너무 궁금했다"며 "본사나 아시아본부에 물어봐도 답이 없자 아제이 방가 마스터카드 사장(CEO)을 직접 만나러 갔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이 상무는 마스터카드 사장에게 리브라 연합 관련 상황을 회사 공식 발표보다 먼저 들을 수 있었다. 이 상무는 가상자산 등 새로운 결제수단 도입에 대한 글로벌 브랜드 카드사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치열한 고민 끝에 KB페이는 모든 결제수단을 다 등록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KB페이는 기존 KB금융그룹의 결제수단 연계 뿐 아니라 타 은행·카드사, 지역화폐, 가상자산까지 폭넓게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는 "KB페이를 만들면서 내부설계하는데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렸다"며 "다양한 결제수단을 탑재하면 어떻게 잘 운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상무가 KB페이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것 중 한가지는 사용자환경(UX) 처리 속도다. 빅테크 애플리케이션(앱) UX가 2초 만에 화면이 넘어갈 수 있게 설계돼 있는 반면, 기존 카드사 앱은 속도부터 차이났기 때문이다. KB페이도 빅테크 수준처럼 2초 내외로 서비스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초점을 맞췄다.
그는 앞으로 금융의 최종 종점을 종합지급결제업으로 봤다. 그는 "기존 금융사는 종합금융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고객접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빅테크와 경쟁에서 밀리면 기존 금융권은 상품 제조업체로 남기 때문에 서비스 경쟁력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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