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득 수준 낮을수록 암 진단 늦어지고 치료 과정서 신체적 고통 크게 느껴"
입력 2020-12-10 14:19 
올캔코리아 발족 기자간담회에서 최성철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올캔코리아]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암 진단이 늦어지고 치료가 어려워지는 전이암으로 발견되는 비율이 높고 치료 과정에서 신체적 고통도 더 크게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0일 개최된 암 치료 환경의 비효율 개선을 위한 비정부기구(NGO) 올캔인터내셔널(All.Can International)의 한국 지부 올캔코리아(All.Can Korea)의 발족식 자리에서 이 같은 결과를 담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위암·대장암·간암·유방암·자궁경부암·폐암 등 국가6대검진 대상 암을 앓는 환자군에서 월 소득 300만원 이하의 가구에 속한 환자의 44%와 300만원대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에 속한 환자의 52.6%가 자각 증상을 느낀 뒤 검사를 받아 암을 진단받았다.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의 가정에 속한 환자의 경우 자각 증상을 느낀 뒤 암을 진단받은 비율이 27%에 그쳤다. 국가6대암검진에 포함되지 않는 암종의 경우에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반면 개별 검진을 받아 암을 진단받는 비율은 소득수준에 비례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월소득 600만원 이상의 가구에서는 개별 검진으로 암을 조기에 진단받는 비율이 국가6대암검진 대상 암종인 경우에는 32.4%, 대상 암종이 아닌 경우에는 40.7%로 5개 암 진단 경로 중 가장 높았다.
[자료 제공 = 올캔코리아]
정유석 교수는 "저소득층의 경우 여전히 암 진단 자체가 통증에 의한 검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늦어진다고 볼 수 있다"며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1기 암으로 발견되는 비율이 낮고 전이암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조기 진단이 이뤄지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지만 전이된 뒤에는 치료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며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들의 국가검진 혜택을 줄이는 대신 저소득층의 혜택을 늘려 암 진단의 불균형을 줄이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소득 수준의 격차에 따라 암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느끼는 고통도 달랐다. 월소득 300만원 이하 가정에 속한 응답자들은 암을 치료하면서 겪었던 가장 힘들었던 것을 복수로 선택하도록 한 질문에 '신체적 고통'(5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월 소득 600만원 이상인 가정에 속한 응답자의 54.9%가 '심리적 어려움'이라고 응답했다.
이날 발족한 올캔코리아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저소득층 암 검진의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과 암 환자의 심리적 지원 중요성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각종 환자지원을 위한 제도 및 법률 개선을 목표하고 있다.

최성철 올캔코리아 대표는 "이번 설문조사는 암 진단부터 치료 후까지 전체 암 관리 과정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비효율을 진단한 데 의의가 있다"며 "올캔코리아는 환자의 치료 결과에 도움이 되는 가장 중요한 분야에 집중해 환자 중심의 효율적인 암 치료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암종의 암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이번 설문을 진행한 올캔코리아는 올캔인터내셔널이 아시아 지역에 처음으로 설치한 한국지부다. 올캔인터내셔널은 벨기에 브뤼셀에 암 치료 과정에서의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걸 목표 환자 조직, 연구 기관, 정책 입안자, 전문가 협회, 후원 파트너(기업) 등으로 구성됐다.
[한경우 기자 case10@mkinternet.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